병환으로 오래 고생한 끝에 한 할머니가 죽음을 맞이 했습니다.
장례를 치른 유족들은 할머니의 관을 들고 묻기 위해 선산으로 운구했지요.
그런데, 무덤 자리에 구덩이를 파자, 구덩이에서 물이 새어 나왔습니다.
유족들은 그 구덩이 옆자리에 다시 구덩이를 팠는데, 이번에는 뱀이며
나무 뿌리가 구덩이 속에 꿈틀 거리고 있는 게 아닙니까?
결국 유족들은 그 옆에 다시 구덩이를 판 뒤에야 할머니를 묻을 수 있었습니다.
사흘 후.
죽은 할머니의 손녀가 자던 중에 죽은 할머니의 꿈을 꾸었어요.
꿈속에 할머니는 음산한 표정으로 걸어가면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손녀가 꿈속에서 듣기에는
"비었다... 비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손녀가 잠에서 깨어나자, 손녀는 매우 흉흉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다음 날,
손녀의 삼촌이 낚시를 하러 가자고 했지만, 손녀는 왠지 꿈 생각에
불안한 마음에 낚시에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날 낚시에서 배 사고로, 그만 삼촌은 죽고 말았습니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른지 얼마되지 않아, 삼촌의 장례도 치르게 되어 버렸어요.
그런데,
그로 부터 이틀 후. 손녀는 또 다시 죽은 할머니의 꿈을 꾸게되었어요.
할머니는 이번에도 그저 "아직 비었다... 아직 비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손녀는 고모와 함께 서울에 올라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꿈이 불길해서, 손녀는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고모가 죽어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불과 열흘이 지나기 전에, 이 집에서는 세 번의 장례를 치르게 되어,
번번히 선산에 가서 사람을 묻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꿈에 할머니가 나타나는 일도 없었습니다.
옛말에 "무덤을 만들 때에는, 결코 쓸데 없는 빈 구덩이를 파지 말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