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 엔데버 호에 탑승한 호랑거미가 우주에서 짠 거미집이 공개됐다.
NASA 측은 17일(현지시간) 엔데버 호 승무원들이 우주정거장에서 거미 서식지를 관찰한 결과, 지구에서와는 다른 ‘우주 거미집’이 발견됐다고 밝히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NASA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호랑거미가 우주의 무중력 공간에서 만든 거미집은 일반적인 거미집과는 달리 실이 비대칭적으로 얽혀 있는 형태로 보인다. 엔데버 호 과학실험 담당관인 샌드라 매그러스는 “거미집이 입체적으로 지어지긴 했지만 주거지 안에 실이 엉켜 있는 형태로 보인다”며 “지구에서 보듯 완벽하고 아름다운 대칭 형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NASA 측은 우주선에 탑승한 거미 한 쌍이 무중력과 싸우며 ‘찌그러진’ 거미집을 짓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잘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거미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관찰되지 않고 있으나 승무원들은 거미가 서식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며칠 더 기다려 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엔데버 호 우주비행에 동승한 거미들은 호랑거미(Orb Weaver) 암컷 두 마리로, 탑승 전 평가에서 우주공간 생존능력 및 거미줄 짜기 등에서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정예 ‘요원’이다. 먹이로는 살아 있는 초파리 및 신선한 과일 등이 제공되고 있으며, ‘작은 멋쟁이 나비 애벌레’ 등과 함께 어린이들의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북돋기 위한 목적으로 우주선에 탑승하게 됐다. 이 거미요원들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개월 동안 머물면서 무중력 상태에서 생물이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보여주게 될 예정이다.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거미들의 우주생활을 중계하고 있다.
한편, NASA가 거미를 우주에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NASA는 지난 1973년에도 ‘아니타’와 ‘아라벨라’라는 이름의 거미 두 마리를 우주에 보냈으나,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거미들이 탈수 증상으로 죽는 바람에 생물 실험에는 실패했다.
<사진설명> NASA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우주 거미집’의 모습. 완벽한 대칭의 일반적인 거미집과는 달리, 거미들이 무중력 상태와 싸우면서 만든 ‘우주 거미집’은 실이 엉켜있는 듯한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