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여름 엔리코 페리미는 미 뉴멕시코주 로스알라모스연구소에서 동료
들과 함께 잡지에 실린 UFO를 보면서 그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라는 물
음을 던졌다. 외계에 지적생명체(외계인)가 존재한다면 은하계의 별을 점차
식민지화해 분명 지금쯤은 지구에 당도했거나 적어도 자신들의 존재를 알
려야 했을 터인데, 어째서 그렇지 않느냐는 의문이었다. 그의 의문은 학자
들 사이에서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어졌다. <<페르미
의 결론을 말했는데 '학자들 사이에'라는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이후 페
르미의 물음은 유명한 페르미 패러독스(Fermi paradox)가 됐다.
대체로 과학자들은 우주 어딘지는 모르나 외계인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추
정한다. 지구에 최초의 생명이 생겨 인간으로 진화한 과학적 증거로 추리
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까닭에 대해 이들이 우주 여
행기술을 축적하지 못했거나, 기술은 갖고 있지만 여행의 의도가 없거나,
아직 지구에 당도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지구를 비켜서 지나갔다는 등 여
러 가정을 낼 수 있다. 이 중에 어떤 것이 신빙성이 있는지 아직 완벽한
논증, 즉 페르미 패러독스의 해결은 나오지 않았다. 과학자들의 외계지적생
명체탐사(SETI)는 외계인 존재 가능성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신과학에서는 UFO의 존재 여부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외계인
을 환경 파괴 등 어려움에 처한 지구의 문제를 해결해 줄 구원의 대상으로
여긴다. 신과학자들은 페르미 패러독스를 해결하려는 과학자들이 심각히
고려하지 않는 또 다른 가정, 즉 외계인은 지구를 알고 있으면서도 방해하
지 않거나, 지구를 방문하고 있거나, 과거 방문한 적이 있거나, 아예 지구
에 살고 있다는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진다.
외계인이 숨어 지구를 관찰하고 있다는 가정 중에는 이들이 지구를 야생생
물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동물원 가설(zoo hypothesis)도 있다. 이
경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증명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들이 선택된 특정인에게 존재를 알린다는, 예를 들어 초능력자 유리 겔
러가 지구의 감독자인 후바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는 유형의 이야기는
증명이 가능하다.
지구를 방문한 UFO 목격과 이들에 의한 피랍 이야기는 가장 흔하다. 최근
에도 스탠퍼드대학의 스터록 교수 등은 UFO의 증거를 포함한 UFO 문제
를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면 상태에서 불러낸 외계인에 의
한 피랍 경험을 인정해야 한다는 하버드대학의 맥 교수, 템플 대학의 제이
콥스 교수 등도 있다. 제이콥스 교수는 심지어 500만명의 미국인이 적어도
한번은 외계인에 의해 피랍된 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을 외계인의 전수품이라고 주장하는 고대우주인설은
신들의 전차?의 작가 폰 데니켄과 같은 신비고고학자가 퍼뜨리고 있다. 비
평가들은 그의 주장이 선별된 인용, 그릇된 해석, 무지에 기인한 심한 오
류, 추리와 논증이 왜곡된 서투른 패러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
은 핸콕도 그렇고, 이들은 외계인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외계인은 이미 우리 가운데에도 있다는, 한국인의 조상이 고대
우주인이라는 이야기도 없지 않다. (끝)
<전 숙명여대 교수 dir@kop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