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야 그런가보다 생각했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2012년의 정치상황과 안철수는 참 황당합니다.
오세훈의 서울시장 사퇴로 공백이 생겼을 때, 느닷없이 시민운동의 대부였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무명이었던
박원순과 V3로 알려졌던 그 사람 안철수가 서울시장을 하겠다고 나섰고, 둘 다 정치나 행정 경험이 전무했지만, 그 당시 상황으론 안철수가 마음만 먹으면 그냥 서울시장이 되는 상황에서 그 당시로는 또 뜬금없이 자리를 박원순에게 양보를 합니다. 아무 사심없는 사람처럼 포장을 하고서 말입니다.
분명한 사실로는 그 당시 분위기로는 안철수는 마음만 먹었으면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고, 돌이켜보면
안철수 개인으로서는 이 때 서울시장을 해서 행정경험을 쌓고 차기를 노리는게 나았을 겁니다. 물론,
잘 했을거라는 생각은 눈꼽 만치도 없지만......그 당시의 안철수에 대한 기대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안철수는 서울시장 따위 패스하고 바로 대선으로 가자는 생각이었는지, 바로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우여곡절끝에 문재인과 단일화를 하고선 물러서게 됩니다.
이 대목에서 그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황당합니다. 정치나 행정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의대를 나와서
IT벤처를 성공시켰다는 이유로(그 규모가 네이버나 NC급도 아닌 중소규모) 대선후보로 부각하고
본인이 진지하게 대통령이 되려 했다는 것도 웃기고, 어느 정당에 입당하거나 당을 만든 것도 아니고
자연인 한 사람이 무소속으로(물론 필요하면 당을 만들겠지만) 대선에 나선다는 것도 생뚱한 광경입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그당시 안철수로 단일화를 했으면 이겼을거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요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에서 무소속이나 군소정당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역사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되었다고 한들 자기 세력이 전무하고, 정당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지요.
가장 놀라운건 시민단체 출신으로 정치,행정경험이 전무한 박원순도 서울시장 잘 해내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중소 IT벤처사장 출신으로 바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 패기가 놀랍습니다.
이제 12시간쯤 후면 정치적 생명이 다 할 것으로 보이는 한 정치인의 마지막을 지켜보면 청춘콘서트로
20대,30대 젊은이의 멘토역할로 세상에 나타났던 그 사람이 어제 마지막 유세를 탑골공원에서 하는걸
보면서 왠지모를 씁쓸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야말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다 가장 씁쓸하고 황당하게 사라지는 반짝스타의 결말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사람의 성향상 앞으로도 선거마다 얼굴을 들이밀겠지만, 이젠 더 이상 대중의 관심이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예전과는 전혀 다를 것입니다. 대선에서 두번을 아주 간발의 차이로 떨어졌던 이회창이
세번째 대선에 나섰을 때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회창에 비하면 끕이 많이 떨어지는
사람이니까 말입니다.
어쨌든 안철수는 우리 정치사에 그동안 나타났던 수많으 반짝스타, 예를 들면, 박찬종, 이인제, 문국현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였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