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남로당 당수 박헌영 벤치마킹
체포동의요구서에 나타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나 행적이
1945년 광복 직후 남한에서 체제 전복을 꾀했던 남조선노동당(남로당) 당수 박헌영의 이력과 흡사해
이 의원이 ‘남한 좌익의 거두’ 박헌영을 벤치마킹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 의원은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를 결성한 뒤
조직원들에게 전쟁을 앞두고 준비체계를 갖출 것을 지시한 것으로 영장에 적시돼 있다.
또 3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이후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왔다고 판단하고 지역책을 통해
조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전쟁대비 3가지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헌영은 1950년 1월 12일 당시 미국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아시아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일명 ‘애치슨 선언’을 발표하자 이를 ‘조국 해방의 기회’로 판단하며
‘전쟁 불가피론’을 주장한 것과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혁명의지를 강조하며 민중봉기를 선동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영장에는 이 의원이 RO 회합에서 조직원들로 하여금 북한 영화를 보고 혁명가요를 제창케 하는 등
투쟁의지를 고취시키는 대목이 나와 있다.
이는 박헌영이 남로당을 매개로 1946년 9월 총파업을 일으키고
10월 민중봉기를 선동하면서 미군정을 압박한 것과 유사한 장면이다
. 박헌영은 1950년 4월 김일성과 함께 소련을 방문해 스탈린을 만난 자리에서
“정규군으로 서울만 점령하면 20만 남로당원들이 일제히 봉기해 남한 전체를 순식간에 공산화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극도의 반미감정을 표출했다는 점도 일치한다. 이 의원은 5월 12일 RO 모임에서
“미국놈을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 없는
그야말로 조선민족 시대의 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헌영 역시 미군정을 ‘조국 해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규정하고
미국의 정책과 미군정에 공격의 초점을 맞춘 전술을 구사했다.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21세기에 사는 이석기가 해방정국의 박헌영을 흉내 내거나 벤치마킹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