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가는 집성촌을 꾸리고 경상도 산골에 들어선 것이 대강 조선 중기 이전이라 하고 외가도 친가 인근 지방에 집성촌이 있고 지금의 외가로 이사온 것이 70년이 된 집안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뼛속부터 경상도 사람이었고 가까운 촌수 8촌 이내에는 전라도로 장가 시집 갔다는 사람 조차 없는 어릴 때 할배들이 두루마기에 갓 쓰고 시경이 어떻네 논어가 어떻네하고 아버지 장가들때 외가 동네 할배들이 예법을 논했다는 그딴 지역 출신이다
동네 정치인으로 말할거 같으면 유승민이네 아버지 고향이 어릴 때 메뚜기 잡으러 가던 동네이고 그 동네에 우병우가 고등학교를 나왔고 선거 전에 미리 빨간색으로 칠해놔도 틀림없는 그 딴 동네 출신이다
왜 이렇게 쓸데없는 이야길 길게 적어두냐면 내가 내 핏줄과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닌데 언젠가부터 내 핏줄과 지역이 자괴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것에 대한 글을 좀 써보자고 한다
20살 갓 넘어 정치와 근현대사에 무관심 했을 때 광주는 우발적 사고였다 친한 친구가 진실은 이렇다 했는데 당시 크게 따로 챙겨보지 않고 그때까지 어른들이 말했던 그거는 사고다 그리고 전두환이 일부러 그랬겠냐 광주에서 뭔일이 있었겠지 그 친구는 씁쓸하게 작게 웃었다
20살이 넘었는데도 518에 대해 제대로 몰랐다는 것과 타인의 고통에 대해 제대로 쳐다보고 보듬어 줄려는 의지가 없던 20대 초반의 나는 그 당시에도 그 친구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사회에서 만난 선배가 어느 선거 뒤에 경상도 사람이 저 정당에 저렇게 몰표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릴했다 나는 무심결에 광주는 더 하지 않냐라면서 막걸리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랬더니 그 선배가 하는 말이 광주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근데 대구는 그럴꺼리가 없지 않냐라는 것이었다
이러고 정권이 바뀌고 자칭 보수라는 것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이 전두환을 다시 끄집어 내기 시작했다 광주에 대한 비하 민주화 세력에 대한 매도 항거와 폭동을 동급으로 두고 진실과 허위의 경계를 지우개로 문지르고 있었다
경상도 말을 흉내내면서 혐오의 언어를 내뱉을 때 그 때서야 알았다 이들이 범인이다 이 정치적 옳고 그름에 있어 아무런 직접 체험이 없는 세대들에게 혐오의 논리를 심어 놓은 이들이 범인이고 이들이 모욕하고 있는 것은 저 땅에 한번도 만나보거나 손잡아 본 적도 없는 무연고의 타인이 아니라 내게 예를 알려주고 사람다움을 알려주고 조상과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알려주던 내 부모와 내 조상을 욕 먹이려 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전두환과 그의 추종자 혹은 장난삼아 혐오의 언어를 구사하는 그 모두가 가르키는 것은 옳고 그름의 희석이자 경상도와 그 지역 사람들을 역사에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버리기 위한 수작이구나 내 아버지와 나를 모욕하는건 광주가 아니라 겉으로 경상도를 대표한다는 정치세력과 그들을 추종한다는 인터넷 선동꾼이었다
얼마 전에 518 증언관련 인터뷰를 아버지와 함께 보게 되었다 편의대라는 특수군이 경상도 군인이 광주에 학살하러 왔다라는 유언비어 가짜뉴스를 뿌려서 광주시민들을 자극해서 학살의 근거로 쓸려고 했고 이용했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경상도 군인이 라는 말만 들으시고 혀를 찼다 오랜 시간 동안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느끼신 것인지 뒤에 내가 설명을 해드려도 현실을 부정하셨다
오늘 아침 문재인 대통령의 518 연설을 들으면서 아직도 광주는 그들을 대변하는 저 경상도 출신의 사람을 향해서 열렬히 응원해주는구나 누군가가 아픔을 호소할 때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어렵기에 우리는 문재인처럼 되지 못하나 아니 되지 못했나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결혼도하고 학부형이 갓 된 내 친구놈이나 불러서 20년 가까이 된 옛날 이야기에 막걸리 한잔 기울이면서 사과를 하고 싶다 그때 내가 잘못했다고 잘 알지 못하면서 함부러 말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