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촛불 시위 분위기가 심상찮다. 지난 6월 28일 1차 촛불집회 당시 1800명(경찰 추산)으로 시작된 불꽃은 지난달 27일 4차 집회 때 7500명까지 늘더니 지난 9일 6차 때는 1만6500명까지 불었다. 정부가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2008년 ‘광우병 촛불’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오후 7시 서울광장은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가한 학생·주부·회사원·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참여연대 등 28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주최 측은 시민 6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습한 날씨였지만 시민들은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개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40~50대 중년층도 적지 않았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포항에서 휴가를 내고 이곳을 찾은 정모(44)씨는 “검찰 조사와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것이 많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촛불집회가 계속되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직장인 현성훈(31)씨는 “2008년 광우병 촛불 때는 시민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허공에 내뱉는 소리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촛불시위 참여자가 늘어나는 건 박근혜 정부의 ‘불통’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촛불시위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시작됐지만 정부는 오히려 NLL 대화록 공개로 역공에 나서는 등 계속되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시민들의 염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내영 교수는 “국정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표출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에 촛불시위 참여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초원복집 사건’의 당사자인 김기춘씨를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봉급쟁이의 지갑을 턴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민심이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게다가 과거 ‘광우병 촛불’ 당시 크게 번졌던 각종 황당한 괴담이 다시 등장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촛불 확산을 막기 위해 계엄령 선포를 준비 중’이라거나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로 표현하는 글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고소영’, ‘강부자’ 등 인사실패와 불통으로 시작해 ‘광우병 괴담’으로 홍역을 치렀던 이명박 정부 초기와 비슷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촛불시위는 1주일에 한번 진행되는 데다 민주당에서 ‘동원령’을 내린 영향도 커 과거 촛불시위와는 양상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쪽수 의심스러우면 언론사 상대로 법정투쟁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