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신문 산케이·요미우리, 교학사 친일역사 교과서 검정통과에 환호
실제로 뉴라이트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뒤 일본의 우익들이 환호한 것이야말로 이 교과서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우익 네티즌들의 찬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신문인 산케이신문은 지난 9월 21일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통과를 반기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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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반한 극우논객으로 꽤나 이름이 알려진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이 기사에서 “한국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일본의 교과서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해 왔다.
한국에 있어 이번 ‘새 교과서 소동’은 지금까지의 일본 교과서 문제에 대한 도를 넘은 한국의 개입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통과를 통해 이제 한국이 일본에게 더 이상 과거사 반성에 대해 발언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산케이 신문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한다는 우익신문인 요미우리신문도 10월 6일 “일제시대를 경제발전의 관점에서 재평가”한 교학사 교과서를 반기는 기사를 게재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역사문제 등으로 일본과 관계가 냉각된 한국에서 일본 통치시대를 일부 평가하는 교과서가 올해 처음으로 검정을 통과해 역사관을 둘러싼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산케이신문과 마찬가지로 과거사문제를 둘러싼 한국 안의 여론이 ‘역사관 논쟁’을 통해 일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보수정권과 뉴라이트가 야합해 벌이는 역사 쿠데타
뉴라이트가 한국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2005년에는 교과서포럼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기존의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공격했다. 뉴라이트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반공과 시장경제에서만 찾는다. 반공과 시장경제에 이바지했다면 일제 식민통치는 물론이고 거기에 빌붙어 민족을 배신하고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친일파도 긍정적으로 보자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애초에 뉴라이트의 공세는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의 제도권 안에서는 이렇다 할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일제 식민통치와 친일파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의 궤변이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통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도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친일파의 후예, ‘조중동’으로 표현되는 보수언론,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 등이 뉴라이트를 적극 비호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뉴라이트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2008년 불거진 건국절 논란이 대표적인 보기이다. 뉴라이트는 정권을 등에 업고 독립운동의 결과 독립과 해방을 이룬 날로서의 광복절을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을 기리는 건국절로 바꾸자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1948년에 ‘건국’된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과 무관하며 따라서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 아래 뉴라이트는 드디어 국가 권력의 전면적인 지원 아래 제도권 교육마저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일제 식민통치를 찬양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하하는 뉴라이트 교과서의 검정 통과야말로 보수정권과 뉴라이트가 야합해 벌이고 있는 역사 쿠테타의 출발점인 것이다. 최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과거사의 반성을 촉구하는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발언에서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지지율을 의식한 정치적 퍼포먼스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박근혜 정권 스스로가 일본의 극우교과서보다 더 심각하게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하는 교과서의 검정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