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가끔 다른 애들이 뜻모를 소릴 해서
어느날 한 녀석에게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옛날 얘기 하나를 알려주더군요.
우리 옛날 어려웠던 시절 보릿고개 같은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쌀 떨어지고 보리 수확 전까지 조나 수수 같은 걸로 연명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아 잡풀이나 나무 껍질도 벗겨먹었다는 얘긴 들어 보셨을텐데...
어느 날 집에 곡물이 다 떨어져 가족들이랑 나무껍질이라도 벗겨먹게 생긴 어느 청년이
고민 고민하다가 늦은 저녁시간 동네에서 가장 친한 절친을 마을 어귀 정자로 불러내,
조심스레 조라도 남은 게 있으면 좀 빌려다오 얘길 꺼냈답니다.
그렇게 절친하던 친구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키며 조 꾸는 소리는 달나라에나 가서 해라 하며 면박을 줬답니다.
여기서 달나라는 토끼가 사철 방아를 찧고 있으니 곡식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겠고...
이 얘기를 듣고 나니, 자신도 먹을 게 없고 자기 가족도 건사하기 힘든 만큼
절친의 곡식 좀 빌려달라는 부탁에 매몰차게 대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절의 아픔이 전해지는 듯 해서 맘이 아릿해지더군요.
이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었는데,
아무튼 이때부터 얼토당토 않는 헛소리를 들으면 흔히들 그런 말을 한다고들 하더군요.
"조 꾸는 소린 달나라에 가서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