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 마련된 '별이되다' 추모 전시관 벽면에 노란 리본 조형물이 붙어 있다.2016.04.15 성동훈 기자 zenism@focus.kr |
(서울=포커스뉴스) 2014년 6월, 두 달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로 표현, 세월호 투쟁을 잠재우기 위한 여론전과 유족 편가르기를 조언한 정황이 담긴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이 jtbc 뉴스룸을 통해 공개됐다.
16일 jtbc 뉴스룸에 따르면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갖고 있던 이 보고서에는 "'여객선 사고'(세월호 참사) 악재가 정국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고 당시 정세를 분석한 글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는 또 "대통령님 지지도가 64.3%(4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 여객선 사고 여파로 40% 후반대로 하락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제언으로 "비판 세력이 여객선 사고를 빌미로 투쟁을 재점화하려는 기도를 제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세월호 실종자 12명에 대한 수색이 한창이던 때였지만 보고서에는 진상 규명이나 선체 인양, 희생자 가족 지원에 대한 대책이나 제언은 나와있지 않았다.
다만 '투쟁 제어'의 방법으로 보수 단체를 활용해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를 열어야 한다며 '여론 조작' 필요성을 강조하는 조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jtbc 뉴스룸은 이 문건의 최종독자가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건에는 '대통령께서 장차관들에게 힘을 실어주심으로써' '민생 현장, 대학가 방문 등 ~~ 진정성을 전달하심으로써' 등의 표현이 담겼기 때문이다.
또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 대해선 "'대통령님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여러 기회 요인을 활용하시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건 누가 봐도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인 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시민단체·언론 탓으로 돌리며 '대통령 흠집내기'로 치부했다는 부분도 jtbc 뉴스룸은 통해 공개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 국정원의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에는 "'비판 세력'의 국정 발목잡기가 부담"이라며 그 해 6·4 지방선거를 통해 뽑힌 진보교육감이나 세월호대책회의,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을 거론하고 있다.
언론에 대해서도 "매체별 논조차이가 심화될 것"이라며 "일부 보수지가 정부 비판에 나서는 데다, 방송사 노사 갈등, 종편의 독자행보 강화가 부담을 준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꺼내든 '국가 개조론'과 관련, "국민들의 성급하고 높은 기대감이 걸림돌"이라고 표현, 국민을 무시하는 듯한 대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