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투적 반종교주의'로 저를 규정하고 있지만
30대 중반, 모태신앙의 기독교인에서 이신론자가 되었던 충격적인 일화를 적어 볼까 합니다.
당시 저는 우연찮은 기회를 필리핀에 잠시 살았는데
필리핀은 아시다시피 거대한 카톨릭 국가입니다. 의외로 개신교인도 많긴 하지만
주류는 분명 카톨릭이고, 거의 절대 다수의 국민이 구약의 신을 믿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세부적인 이야기는 생략하고)
어쨋던, 필리핀인의 삶속으로 들어가서 보면
마치 온 세상이 하나님의 성전인거 처럼 보입니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기도하고, 모든 곳에 교회와 성당이 있고
모든 것이 기독교와 관계되어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지들은 넘쳐 나고,
제대로 된 도움의 손길은 없습니다.
특히, 엄청난 수의 많은 아이들이 길거리에 구걸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로 지방의 작은 도시들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려서만 살아서 잘은 모르지만
한국인들이 잘 아시는 세부라는 대도시에는 콜론이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자주 찾지 않는 현지인들만을 위한 거대한 시장이 있는 지역이고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그곳에는 빈곤계층을 위한 커다란 거주지가 있습니다.
저임금의 단순 노동을 구하기 위한 접근성이 좋고, 구걸에도 유리하기 때문이죠
당시 저는 한 택시 기사랑 친구가 되었고
그 친구랑 여러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죠.
하루는 그 친구가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 준다고 잠시만 시간을 내어 달라고 하더군요.
저희가 콜론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대였습니다.
전 당시 제가 눈으로 직접 본것들을 믿을수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8세 전후의 되는 꼬마 여자아이가
더 어린 동생을 데리고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살아갑니다.
구걸을 성공하거나, 쓰레기 더미를 뒤져서 배를 채울 수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날도 있겠지요.
그런 날, 배가 고파 잠을 이룰수 없는 깊은 밤에
길거리의 어두운 골목 앞에서서
지나가는 성인 남성 -주로 현지인 최하위 계층-에게 접근하여
블로우잡을 해 줄테니 돈을 달라는 손모양을 취합니다.
그럼 남자들이 그 꼬마아이를 골목으로 데리고 들어가 일을 마치고는
돈을 주고 떠나지요. 친구 말로는 겨우 우리 돈 천원, 이천원이면 된다고 합니다.
그 아이가 그렇게 조금만 더 성장해서 충분한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되면
첫번째로 한국인 여행객의 휴대폰을 들고 뛰는 날치기범이 되고
가슴이 커지기 시작하면 창녀가 되겠지요.
물론, 모든 거지 아이들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아닌 아이들이 더 많을테지요.
이런 일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들도 있겠지요
하지만.이런 일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지난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오늘 밤에도 현지에서 적어도 한 건은 일어나리라고 확신합니다)
알게 되는 순간
전 신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로 사람에게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했으며
그로 인해 완전한 이신로자로 첫번째 탈바꿈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적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