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국? .... 속국에 대한 정의가 맞고 틀리고 아니고 속국이란 용어를 쓸 때에는 그 기저에 부정적인 시각이 깔려있다는게 문제입니다.
속국이란 용어는 정치적 용어도 아니고 학술적 용어도 아니지요. 제국주의 시대에 일본 얘들이 만들어 놓은 ...별 뿌리가 없는 근세 용어일 뿐이지요...제국주의 시대 용어를 들고 와서 일국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속방(屬邦)이란 말을 썼지 속국이란 말은 쓰지 않았습니다. 국(國)과 방(邦)간의 차이가 언제나 명확하지는 않지만 '국' 안에 '방'을 쓰는데 여기서 말하는 '국'은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별개이고, 방은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그래서 제후국은 '방'에 해당하지 '국'에 해당하는게 아니지요.
즉, 화이관이라는 중국식 세계관에서 국(國)자를 쓰는 것은 화에 속하는 천자국과 제후국을 구분할 때 쓰고, 이에 해당하는 주변국에는 국자를 쓰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부 무식한 사람들이 캐주얼하게 국(國)자를 아무데나 갖다 붙였지만 일본은 그냥 왜(倭)지 왜국이 아니었습니다. 유럽식으로 말하면 바바리안같은 야만인들이 사는 곳일 뿐이지요.
제국(帝國) 개념에서 속방에는 제후국 즉, 후국(侯國)이나 번국(藩國)이란 말을 썼고, 중국식 세계관에서 이들이 제국에 속하는 속방에 해당합니다. 그 속방이 직할령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속국이란 말은 쓰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천자의 직할령으로 관리되었던 적은 없지요.
속국이란 용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제국주의적 관념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지극히 불순한 것입니다.
국가의 위계는 다스리는 사람에 따라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 왕이 다스리는 왕국(kingdom), 공작이 다스리는 공국(dukedom)이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백작이 다스리는 백국이 있습니다. 백국은 십자군 전쟁 때 트리폴리 백국이나 에데사 백국 등이 있는데 위계적으로는 왕국에 속해있지만 독립국이지요.
유럽에서 후국은 개념상 후작이 다스리는 국가이지만 후국은 별로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는 리히텐슈타인이 후국에 해당하지만 최근에는 모두 공국으로 불리입니다. 모나코도 공국
유럽의 경우 영불전쟁 전 영국왕은 영국왕인 동시에 프랑스에 속하는 노르망디공국의 공작이기도 하지요. 프랑스 공작은 위계상 프랑스 왕 아래고 프랑스왕에게 충성하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영국왕이 프랑스의 속국은 아니지요. 속국 개념은 이렇게 간단한게 아닙니다.
또한 독일의 경우 오토대제의 신성로마제국은 교황이 인정한 로마제국의 계승자로서 그 위계는 독일 이외 지역의 왕들보다 형식상 지위가 높았지요. 주변 왕국이 인정하든 안 하든 제국은 형식적으로 그 밑에 수많은 왕국과 후국을 둘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뭐 돈 드는게 아니니까 그래 황제라 칭해주자 정도이지요...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지요...중국이 자기 천자라고 주장하면 그래 돈 드는게 아니 천자라 불러주자 이지요...그건 아량이 넓어서이고...또 실리적이었던 것이지요.
아래의 속국 개념을 들이대면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는 로마 교황령의 속국이지요. 심지어는 황제도 로마교황(청)의 속국이 되는거지요. 교황의 승인없이 황제도 왕도 되지 않지요. 물론 러시아는 황제가 정교회 수장을 겸하니까 상관없고, 영국도 헨리 8세 들어 성공회를 만들면서 자기가 종교수장이 되어 로마교황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카톨릭 국가는 모두 교황으로 부터 승인을 받았지요.
우리 나라가 중국의 책봉을 받았던 시기 중국의 간섭이 로마교황 만큼 했을까를 생각해야겠지요?
서양식 국가 개념과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 역시 중국의 속방이지만 형식적 후국일 뿐입니다. 제후국? 제후국은 천자국에 대비되는 여러(諸) 후(侯)국을 통칭하는 것입니다. 세계체제 내지 세계관 속에서 언급되는 천자국과 제후국 개념을 제국주의 시대 보호국이나 속국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것이야말로 억지의 극치이지요. 그렇게 이해된다고 그러한 얼토당토한 것을 받아들이라 주장하는 것은 참 우습기 그지 없는 것이겠지요.
제국과 후국의 관계는 근대식 세계체제이론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이지 제국주의 시대의 보호국이나 속국 개념으로 해석하면 안 되는 것인데...왜 그렇게 속국이란 일본식 용어에 얽메어 보려고 하는지 그 의도가 의심스럽네요? 혹식 자학적 증세같은 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