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이제 길어야 10여 년 아닐까
한중수교 20년을 맞이하는 즈음에 조선족의 한국행의 역사를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하는데, 조선족의 한국행을 개인적으로 전망해 보면 이제 앞으로 10여 년 남짓이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듯싶다.
20여 년 전. 부모들은 아이를 교육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인력 삼륜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아이에게 흔히 이렇게 말했다.
“너 공부 못하면 앞으로 싼룬처(蹬三轮)를 운전하는 사람처럼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후 사람들은 너도나도 가릴 것 없이 한국행에 목숨 걸었다. 마치 한국에만 입국하면 하룻밤 사이에 벼락부자가 되는 양 부푼 가슴을 안고, 불법이든, 가짜 결혼이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 시절, 사람들은 한국행을 하는 사람을 많이 부러워했다. 비록 한국에서 하는 일이 어렵다고 했지만, 그래도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제는 그 시절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추억만 떠올릴 뿐이고, 10여 년이 또다시 흐른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요즘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교육적인 효과를 노리면서 하는 말은 이렇다.
“너 이딴 식으로 공부하면 미래고 뭐고, 앞으로 한국에 가서 막일이나 하면서 살 것이다.”
어찌 보면 아이에게 건네는 이 한 마디가 현재 한국 노무 조선족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슬픈 자화상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20여 년 전 인력 삼륜차를 운전하는 사람을 빗대면서 아이를 훈육하던 모습은 어느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물론 한국에서 노무 하는 게 삼륜차를 운전하는 일보다는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겠지만, 이제 주변 사람들이 보는 시선은 그만큼 싸늘하고 냉소적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너도나도 한국행 바람에 목을 매던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과 지금은 전혀 다른 분위기라는 의미이다.
더욱이 예전에는 ‘얼마큼 돈을 벌고 있느냐’ 하는 게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음이다.
이렇게 부모가 아이들에게 한국의 막노동(혹은 3D)은 제구실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며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은 물론이고, 아예 사람 자체를 무시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시선이니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서 너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라는 교육적 측면이다. 그것은 현재 한국 노무 조선족들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일하면서 몸으로 충분히 겪고 있는 만큼 2세까지 같은 길을 걷게 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이며, 그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10여 년 후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한국에서 노무 하면서 돈을 벌어도 별반 크게 차이가 없을 터, 그 시기가 다가오면 조선족은 굳이 한국에 갈 이유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과 조선족이 부대끼며 갈등을 빚는 관계도 앞으로 길어야 10여 년 남짓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