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 여성 10명 중 3명 꼴로 우울 장애에 시달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탈북 과정에서 겪는 성폭력 등의 경험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23일 여성가족부가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자의 26.4%(37명)가 주요 우울 장애로 의심되는 심리상태를 보인다고 이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올해 집계한 전국 성인남녀 우울증 발병률 6.7%의 4배에 약간 못미치는 수치다. 해당 조사는 지난 3~8월 20~50대 탈북 여성 14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탈북여성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유병률은 57.6%였으며 xx을 고려하거나 시도한 비율도 절반(45.7%)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응답자의 98명에 이르는 70%의 탈북 여성이 위장병, 관절염, 신경통 등 만성질환을 앓아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상태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 여성의 건강 악화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북한에서 제3국을 거쳐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폭력 등의 피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응답자의 14.3%(20명)이 북한에서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 신체적 성폭력에 시달렸으며 제3국을 통한 탈북과정이나 한국 사회 정착에서 피해를 봤다는 응답자도 각각 17.9%(25명), 12.1%(17명)였다. 140명의 탈북 여성중 62명이 성관련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한국 여성의 평균 성폭력 피해율인 4.7%에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성매매에 노출된 사례도 많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압 등으로 인해 성매매한 경험에 대해 응답자의 21.4%(30명)이 `그런 적 있다`고 답했다. 제3국에서 발생한 성매매 경험이 21.4%(30명)로 가장 많았으며 북한과 한국이 각각 5.7%(8명), 4.3%(6명)이었다. 직접 성매매를 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사회 정착 과정에서 이를 권유받은 비율 역시 30%(42명)에 달했다.

또 가정폭력 등 신체 폭력을 경험한 탈북 여성도 37%(52명)으로 한국 평균(15.3%)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탈북 여성 A씨는 "신분 불안정을 이유로 인신매매가 횡행해 농촌에 사는 한족이나 조선족에게 (탈북 여성)이 넘겨진다"며 "힘든 농사일과 강제 결혼생활로 인한 성폭행으로 견디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탈북 여성 B씨는 "탈북 과정에서 골병이 든다"며 "노래방 일을 하며 성추행 등 밑바닥을 경험하고 있지만 가족을 위해 견딘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북한이탈주민은 총 2만3000여 명에 이르며 이 중 여성 비율은 77%(약 1만7700여명)에 달한다.

김재엽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최근 발간한 `폭력피해 탈북여성 맞춤형 자립지원방안 연구`에서 "북한과 제3국 경유 과정뿐만 아니라 한국에 이주한 이후에도 계속 경험하는 폭력 피해는 탈북 여성의 자립에 심각한 장애요인"이라며 "맞춤형 자립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윤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