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가야금, 중국은 쟁, 일본은 고토(=쟁)
이렇게 비교하기 좋은 악기라고 생각되네요.
악기 형성 과정은 잘들 아시다시피, 원래 서역에서 넘어온 거고 그게 중국에서 쟁이 되었고, 나중에 한국에서 가야금이 되었고, 그것이 일본으로 들어가서(신라금) 고토가 되었습니다.
이후에 한 1500년 정도 지났죠?
* 한국 가야금
정통 가야금 산조 중에서 최고난이도/최고속의 속주(?)를 자랑하는 서공철류.
서공철 선생의 제자로 현재 인간문화재를 잇고 있는 강정숙 선생의 연주입니다.
산조는 잘 아시다시피 점점 장단이 빨라지기 때문에 4분20초 즈음부터의 후반부 속주 부분이 압권입니다.
잉베이 헤비메탈 전자기타 속주 연주 같은거는 즐때리는 수준입니다.
엄청난 속주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깊은 농현이 들어가서 그루브(?)가 굉장한데다가
일반적인 다른 나라 음악과는 달리 박자(장단)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더 높습니다.
음색으로는, 금속성이 아닌 바짝 마른 오동나무 소리의 맛이 일품입니다.
* 중국 쟁
리우 팡이라는 연주자의 공연인데요. 명성이 좀 있는 분 같습니다.
금속 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하프 같은 소리네요.
* 일본 고토
일본 에도시대때 고토나 샤미센 가지고 실내에서 하는 연주음악은 거진 맹인들이 하는 거였다고 하더군요.
요새는 그런거 상관 없겠지만요.
이런 일본식 음악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거고 문화적 가치도 높겠지만, 한국인인 나에게는 아무래도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아 안타깝네요.
이상의 곡들을 듣고 느낀 점...
동양삼국의 문화적 배경이 공유된다 하더라도 그 변화 양상의 폭은 엄청나게 크다는 것입니다.
뿌리가 같은 악기인데도 불구하고, 그 음악들이 저렇게 완전히 다를 수가 있으니까요.
음악의 우열을 가리는게 좀 어리석긴 한데
저의 좁은 소견으로, 테크닉적인 부분, 그리고 마음을 다루는 부분에서
음악적 성취는 한국 쪽이 가장 진보한 것 같습니다.
(핵심 요인은, 기층 민중 음악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 발전한 산조 음악의 탄생 때문이겠죠.
격식차리고 허세떠는 음악에서 발전이라는게 나오기 힘들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