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강정호는 수비부담이 큰 유격수, 그리고 강한 어깨가 필요한 3루수로 출전하면서 타율 2할9푼9리(278타수 83안타) 8홈런 35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은 3할7푼2리, 장타율 4할6푼으로 OPS 0.832에 달한다. 리그 수준에 비해 얼마나 잘했나를 보여주는 조정OPS는 무려 133, 팀 내에서 '해적선장' 앤드류 맥커친(145)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는 팀 내 1위다. 베이스볼 레퍼런스는 올해부터 팀 기록페이지에 'Top 12 by WAR' 코너를 신설, 팀 내 WAR 1위부터 12위까지 프로필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강정호는 올해 WAR 3.6으로 당당하게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제 피츠버그 팀페이지를 보면 강정호의 얼굴이 가장 먼저 나오고, 그 뒤를 에이스 게릿 콜(WAR 3.2), 그 다음에 맥커친(WAR 3.2)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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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는 KBO 리그에서 5번을 가장 많이 쳤다. 이를 두고 허들 감독은 '강정호가 5번 칠 때 3번 그리고 4번을 쳤던 선수들의 테이프를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보통 가장 잘치는 타자가 3번, 그 다음이 4번이다. 팀과 감독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5번 타자는 팀 내에서 5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어쨌든 3번이나 4번보다는 타격이 약한 선수가 들어간다. 강정호가 5번을 치는 넥센이라는 팀이 궁금한 허들 감독이었다.
마침 강정호가 5번을 칠 때 4번을 친, 그리고 지금도 넥센 4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병호는 올해를 마치고 포스팅 자격을 얻는다. 이미 다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박병호를 주목하고 있다. 피츠버그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강정호가 5번 쳤던 넥센, 4번은 누구?'라는 허들 감독의 발언이 어쩌면 구단을 향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