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보세요. 이승엽 선수와 박석민 선수가 가장 먼저 구장에 출근해 타격연습을 하지 않습니까. 그라운드에 나가 이승엽 선수한테 ‘요즘 타격 페이스도 좋은데 왜 이렇게 일찍 나와 타격연습을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제 스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조금 일찍 나와 훈련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팀 내 최선참 선수, 그것도 슈퍼스타가 저렇게 솔선수범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안 따라오래야 안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전 삼성이 최강팀이 된 덴 저런 삼성만의 전통이 숨어 있다고 봅니다.”
이 전 감독은 자기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 현역 시절엔 가장 먼저 구장에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이였다. 그건 류중일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팀 내 최선참이 됐을 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장 먼저 구장에 나와 훈련했다. 류중일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삼성 선수 중엔 슈퍼스타가 많습니다. 하지만, 슈퍼스타라고 훈련을 게을리한 선수는 없는 것 같아요. 되레 지금 이승엽처럼 가장 열심히 했죠. 이만수 선배 때부터 내려온 전통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따지고 보면 그것 말고도 삼성만의 전통이 꽤 있습니다. 가령 귀걸이 착용이나 염색을 금지한다든가 반바지 차림으로 훈련하지 말라든가, 출퇴근 시 츄리닝 차림은 안된다든가 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 전통들은 제가 신인 때부터 내려오다 제가 주장을 맡았을 때 더 강화된 것들입니다. 지금껏 내려오는 벌금 규정이나 라이온즈 헌장도 그때 만들어진 것들이에요. 돌아보면 그런 전통이 선수단 내 불협화음을 막고, 전체 선수단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 것 같아요. 실제로 지금 삼성 선수단의 가장 큰 강점을 꼽으라면 전 다른 어느 팀과도 비교되지 않는 삼성만의 화합력과 결속력을 꼽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