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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0-26 15:01
[MLB] [야구는 구라다] 월드시리즈 패전투수의 인터뷰 실력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777  


[야구는 구라다] 월드시리즈 패전투수의 인터뷰 실력


불편하고, 까다로운 질문에 대답하기

며칠 전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였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 선동열 국가대표 전임 감독이 집에서 TV를 보고 선수를 뽑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운찬 KBO 총재 : 선 감독의 불찰입니다. 야구장에 안 가고 선수들을 살펴보는 건 마치 경제학자가 시장, 현장에 가지 않고 지표만 분석해 예측하고 정책, 대안을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손 의원 : (정 총재를 향해) 본인이 야구에 대해서 거의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갖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전임감독제하고 경기별 감독제하고의 차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시냐는 거죠.

정 총재 : 어느 쪽이 낫다고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저는 전임감독제에 대한 찬성은 안합니다. 전임감독제는 국제대회가 잦거나 또 상비군이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저는 전임감독제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손 의원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짧은 문답이었다. 그러나 뒷말이 많다. 야구인들은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팬들은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책임을 선 감독에게 돌리는듯한 발언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총재 스스로 기구의 (전임감독제) 의사결정을 부정하는 것처럼 비춰진 탓이다.

여론이 부글거렸다. 폭발할 것 같았다.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KBO는 팀장급 긴급회의 열었다. 선 감독에게 진의를 전달했다. “총재께서 답변 시간이 짧다보니 표현이 서툴렀다고 말씀하셨다.” 사무총장의 해명이었다.

당사자가 납득을 했는 지, 야구계와 팬들이 평온해졌는 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참, 모양 빠지는 일이다.

로버츠 감독에 대한 날 선 비판들…엮이면 안되는 당사자들

다행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한글을 모른다. 만약 무수한 기사와 댓글들을 봤다면 궁금한 게 많았을 거다. 특히나 ‘돌배추’과 ‘삽질’ ‘좌우놀이’ ‘선수빨’ 같은 전문 용어들의 심오한 의미는 이해하기 어려울테니.

물론 한국만이 아니다. 현지에서도 여러 매체들이 까내리고 있다. ESPN, CBS스포츠, LA타임즈…. 굵직한 주류 미디어들이다.

내용은 뻔하다. 선수 기용 문제다. ‘왜 좋은 타자들을 벤치에 앉혀놓고 시작하느냐.’ ‘투수 교체 타이밍이 이상한 것 아니냐.’ ‘대타, 불펜 투입의 캐스팅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 기타 등등.

이럴 때 조심할 게 있다. 과하게 엮이면 안된다.

이쪽 업계의 특성이 그렇다. 잔소리, 쓴소리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냥 하긴 좀 그렇다. 뭔가 필요하다. 명확한 데이터, 관련자의 코멘트 같은 것들이다. 그래야 메시지의 설득력이 높아진다.

때문에 당사자의 인터뷰는 관심거리다. 혹시라도 뭐 하나 건질 게 없나. 청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이럴 때 잘못하면 꼬인다. 자칫 비호감으로 찍힐 수 있다. 괜히 엉뚱한 말도 금물이다. 무개념 논란의 대상이 될 지 모른다.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신중해야 한다.

구심의 판정, 교체의 부적절성에 대한 민감한 질문들

강호의 도리다. 패전 투수를 굳이 프레스룸까지 부르지는 않는다. 너무 잔인한 일 아닌가. 기자들이 기다린다. 퇴근길에 잠시 붙잡는다. 인터뷰는 덕아웃 앞에서 이뤄졌다. 수십개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몰려들었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시작됐다. 초구부터 몸쪽 깊숙한 직구다. 첫 질문이었다. ‘5회 2아웃에서 내려간 상황을 얘기해달라.’ 한마디로 교체 타이밍에 대해 할 말 없냐는 물음이다.

대처가 정확했다. “실점을 허용해서 아쉽다. 내가 더 잘 던졌다면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노련하게 논점을 돌린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깔끔한 모습이었다.

2구째는 바깥쪽 유인구다. 배트가 잘못 끌려나가면 헛스윙 각이다. ‘스트라이크였는데, 심판이 잡아주지 않았나?’ 삼진인 줄 알고, 들어가려다가 멈칫한 장면을 짚은 말이다.

역시 말리면 안되는 대목이다.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고, 그 상황에서 운이 나한테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이후에 볼넷이 나왔던 것이 안좋았다. 그 이후에 교체가 됐기 때문에 볼넷이 제일 안좋았다고 생각한다.”

100점짜리 모범 답안이다. 심판에 대해 투덜거리면 뭐하나. 얻을 게 없다. 쿨하게 인정하는 게 낫다. 폼나는 일이다.

이후로는 잠시 소강상태다. 그린 몬스터와 날씨에 대한 가벼운 문답이 오갔다.

“저쪽으로 안타를 하나 맞기는 했는데 경기장 덕분에 크게 맞지는 않았다. (펜웨이 파크) 분위기는 좋은 것 같다. 따뜻한 LA로 가면 선수들도 다 좋아할 것이다. 그렇다고 춥지는 않았고, 다음에 또 여기서 던지게 되더라도 추위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 없을 것 같다.”

“펜웨이 파크는 TV로만 봤어요.” 99번이 시리즈를 앞두고 그렇게 말했다. 미국 기자들이 빵 터졌다. 그들에게는 신선했나 보다. 그래서 구장과 날씨에 대한 질문이 다시 나온 것 같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건 완급 조절과 같은 볼배합이다. 잠시 후 결정구를 꽂기 위한 워밍업일 지 모른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영리하고 세련된 멘트들

서서 하는 인터뷰다. 오래 잡아둘 수 없다. 업계의 상도의다.

곧바로. 그리고 마침내. ‘훅~.’ 승부구가 들어온다. ‘투구수 관리를 잘 했는데, 교체가 아쉽지는 않았나.’ 초반에도 한번 비슷한 질문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나왔다. 오늘의 핵심인데 (기자들 입장에서) 흡족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이다.

만약 그 장면에서 이렇게 투덜거렸다면 대박이었으리라. ‘그러게 말이예요. 조금 더 던졌으면 좋았을텐데. 괜히 바꿔서 이 지경이 됐지 뭐예요.’

그러나 그가 누군가. 프로 생활 1박 2일한 애송이가 아니다. 나름대로 베테랑이다. 정확하게 정제된 언어가 발사된다.

“볼넷을 내보낸 뒤에 교체됐다. 벤치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다음이) 중심 타선이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은 선수 입장에서 잘 받아들여야 한다.”

어찌 보면 너무 뻔한 대답이다. 조금 싱겁기도 하다. 아마 누구라도 감독 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못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하지만 음미해야 할 부분이 있다. 행간에 포함된 의미들이다.

‘벤치의 생각이고, 선수 입장에서는 잘 받아들여야 한다.’ 판단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즉, 선수 기용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여기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바른 태도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섣불리 동의한다는 의미를 두면 안된다. 이해는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반발, 반대를 뜻하는 건 아니다. 이건 자신감의 영역이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마운드를 충분히 더 지킬 수 있었다는 무언의 어필이 포함된 것이다.

인터뷰 내내 차분했다. 담담한 어조였다. 조금도 불편한 기색은 없어보였다. 마치 남의 얘기하듯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목소리 톤도 일정했다. 전혀 감정이 앞서지 않았다. 미안할 것도 없지만, 뻔뻔해서도 안된다. 다음 기회를 언급하며, 팬들에게는 기대와 자신감을 전달해야 한다.

곤란한 처지였다. 월드시리즈 2차전 패전 투수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기자들과 얘기는 여러모로 간단치 않다. 하지만 영리하고, 세련되게 처리했다. 프로에게는 때로 소통도 전력의 일부다.

(** 추운 날씨에 현장에서 고생한 동업자들의 수고에 고개를 숙입니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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