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구대성은 호주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유니폼 앞에는 ‘AUSTRALIA(오스트레일리아)’라고 새겨져 있었지만, 그의 글러브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KOREA’를 가슴에 새긴 채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던 구대성이었기에 그 의미는 더 컸다.
그리고 또 하나. 그의 글러브에는 ‘대성불패’의 상징인 등번호 ‘15’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태극기 옆에 ‘D.S. KOO 15’로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구대성의 등번호 15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화 시절 구대성의 15번은 ‘대성불패’의 상징이었다. 류현진과도 인연이 있다. 동산고 시절 21번을 달았던 류현진은 신인이던 2006년 한화에 입단할 당시 15번을 골랐다. 대선배 구대성에 이어 한화 좌완 투수의 계보를 잇는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그해 3월 구대성이 한화로 복귀하면서 15번은 다시 구대성에게 돌아갔고, 류현진의 99번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