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B급 호러영화의 대가 존카펜터 감독.
그는 <할로윈>과 같은 작품으로 우리가 흔히 즐기는 슬래셔 무비의 붐을 가져온 장본인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괴물> <매드니스>같이 호러물답지 않은 '진짜' 호러를 만드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내가 이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뻔히 공포의 대상이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할 수 없는 공포의 근원을 파고드는 불쾌함에 있다.
처녀가 소복을 입고 나와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기괴함이나, 스크린 밖으로 뿌려대는 피 철갑 연장질 같은 경우는 대개 정해진 공포영화의 틀에서 얼마나 교과서적 완성도를 자랑하는가 평가하게 된다. 그래서 "또 뻔한 스토리"라고 얘기하면서도, 또 얼마나 충실히 만들어졌는가 따져 묻게 한다. 마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곱씹으며 즐기는 역사물 드라마와 같이 말이다.
그런데, 존 카펜터의 영화는 이런 공식을 벗어나 공포의 근원적 원인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곱씹을수록 사람들을 괴롭게 만든다. 매드니스는 그런 카펜터의 특징이 잘 집약된 영화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제시된 결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관객들에게 사악한 웃음을 날리며 끝나버린다. 때문에 많은 관객들은 이 영화를 불쾌함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광기어린 소설을 연이어 출판한 작가.
어느날 그 작가가 실종되고 차기작에 목마른 출판사는 탐정을 고용하여 그 뒤를 쫓게 한다. 소설의 광기는 점점 독자들을 점령해가고, 마치 RPG게임 속 세상과 현실을 혼동하며 문제를 일으키던 게임중독 청소년의 모습처럼, 소설에 미친 사람들은 현실과 소설을 혼동하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 실종된 작가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미스테리한 일은 심화되고, 이것이 현실인지 소설인지 뒤섞인 세상에서 결국 주인공은 방향타를 놓아버린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자각하지도 못하는 현실에서, 오래전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거짓이었고, 또 거짓이라 믿었던 것이 진실이 되었을 때, 나는 얼마나 좌절했던가. 젊은 패기로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진실이라 했던 과거를 쓰래기통에 쳐박는 날, 삶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뽑혀버린 좌절감으로 괴로워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진실과 거짓이 뒤바뀌어도 좌절하지 않는다.
그래 거짓이 진실일 수도 있고, 진실이 거짓일 수도 있지...
카오스로 점철된 세상을 보는 눈은, 이세상 어떤 것도 믿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런 혼란 속에 정신 못차리고 헤매는 우스꽝스런 내모습이 스크린 위로 투영될 때, 미친듯 터져나오는 비웃음은 왜 이다지도 후련한 것이냐.
매드니스의 주연 샘닐,
서서히 미쳐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