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추천하고 싶은 책을 중심으로 감상문을 남겼었는데, 오늘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에 대한 비평을 해볼까 합니다. 처음에는 독특한, 아니 다소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제목답게(?), 그리고 재야사학자라는 신분답게(?) 철저하게 일반 백성의 시각에서 조선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역사서술의 일반적인 방법이 왕조사이거나 지배층의 시각 위주인 것을 생각해보면 참신한 접근이며 또한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시각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 역사를 부정하고 (수정하는 정도를 넘어)왜곡하는 정도에까지 이른다면 곤란합니다.
저자는 식민사관이 아니더라도 당쟁을 매우 부정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 민족성의 특징이라고까지 치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LA동포사회에서의 개인적인 경험까지 보태며 아주 그럴 듯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까운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 각국을 보더라도 파당을 이루어 대립했던 역사가 없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매우 경솔한 발언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성리학을 격렬히 비판하며 성리학에 함몰된 것이 조선이 망한 이유이며 또한 조선은 일찍 망해야만했던 나라라고 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고백했듯이 성리학을 모르며 앞으로도 연구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며 안이한데다가 무책임하기까지 한 생각입니다.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중세유럽을 연구했다고 하면 그 연구결과를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조선시대를 이해하고 연구하려면 성리학에 대한 이해는 필수입니다. 해박하고 정통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수박 겉핥기 식으로라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저런 자세로 연구한다는 것은 재야사학자라는 타이틀조차도 달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백성의 눈으로 봤을 때 조선은 인도와 더불어 신분차별과 세습이 너무 엄격해서 살 맛이 안나는 사회였다고 매우 부정적으로 평하고 있는데, 중세유럽에서 농노의 삶은 어떠했는지 아느냐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시민혁명 전까지는 조선의 신분변동이 유럽보다 오히려 더 역동적이었다는 것은 아는지, 성리학(유학의 특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으나) 덕분에 백성을 단순히 수탈의 대상으로 보지않고 국가의 근본으로 파악했던 사실(이는 세종때의 공법 시행, 대동법 시행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김육의 노력 등을 통해 잘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은 왜 모르는 척 하는지도 물어보고 싶습니다.
조선의 역사가 언제나 찬란했던 것도,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특히 중기 이후 성리학이 교조화되고 세도정치가 행해지면서 경직되고 문란한 사회상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저자의 시각은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으며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왕실, 지배층만의 시각이 아니라 이름없는 백성의 시각에서도 역사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고 옳은 시각이나 이 책의 저자처럼 민중사학이라는 이름으로 편견에 사로잡혀 난도질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라 할 수 없습니다. '조선무사/최형국 저'라는 책처럼 이 부분에 있어서 균형을 잘 이룬 책도 있으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