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아메리카의 마야 사회에는 공식적이고 의무적인 점성술이 있었어요.
마야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생일에 따라서 장차 그 아이가 겪게 될 일들을 예측해서
적은 특별한 책력을 아이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그 책력에는 아이의 미래가 다 나와 있었어요. 언제 일거리를 찾게 되고 결혼은 언제 하며
언제 무슨 사고를 당할 것이고 죽는 날은 언제일 거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누구나 갓난아기 때부터 어른들이 그것을 되풀이해서 읊어주기 때문에 그 내용을 완전히
외우게 되고, 스스로 그것을 읊조림으로써 자기 자신의 삶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 제도는 별 문제 없이 원만하게 운용되었다고 합니다. 마야의 점성술사들이 자기들의
예상에 어긋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젊은이의
책력에 적힌 가사 중에 모년 모월 모일에 이러이러한 처녀를 만나게 되리라는 말이 있으면
그 만남이 실제로 이루어졌어요. 그 처녀의 별점 노래에도 그와 똑같은 구절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 식의 일치는 사업 분야에서도 이루어졌습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의 노랫말에
언제 집을 사게 되리라는 구절이 있으면, 그 집을 팔 사람의 노래에는 그날 집을 꼭 팔아야
한다고 되어 있었으니까요. 또 어느 날짜에 싸움이 벌어지리라는 예언이 있으면 그 싸움에
가담할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 날짜를 알고 있는 터라 실제로 싸움이 벌어졌답니다.
제도는 점차 공고해졌어요. 전쟁조차 날짜가 예고되고 전투의 내역이 미리 숙지되었어요.
사람들은 승리자가 누구라는 것도, 싸움터에 부상자가 몇 명, 사망자 몇 명이 쓰러져 있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만일 사망자 수가 예견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포로들을 희생시켜서라도 그 수를 맞추었습니다.
그들의 삶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어요. 아무도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았
습니다.
그리고 이 별점은 세계의 종말이 오는 순간을 예언하는 데서 절정을 이루었어요.
세계의 종말은, 세계의 다른 한 쪽에서 그리스도 기원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서력 기원의
열번째 세기에 오기로 되어 있었어요. 마야의 점성술사들이 모두 똑같은 시간을 세계
종말의 정확한 시간으로 예언했습니다.
그 전날이 되자, 사람들은 그 재앙을 감수하기보다는 도시에 불을 지르고 가족을 제 손
으로 죽인 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네요. 얼마 안 되는 생존자들만이 불길에 싸인
도시를 떠나 평원의 떠돌이가 되었습니다.
이 점 때문에 마야 문명을 고지식하고 어수룩한 사람들의 작품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
입니다. 마야 인들은 0이라는 수와 바퀴를 알고 있었고(비록 그 발견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는 못했을지라도) 도로를 건설하기도 했습니다. 18개월 체계로
이루어진 그들의 태양력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것보다 더 정확했어요.
16세기에 스페인인들이 유카탄반도에 침입하였을 때, 그들은 마야의 찬란한 문명을 멸망
시키려고 그다지 애쓸 필요가 없었지요. 이미 오래전에 그 문명이 스스로 파멸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도 스스로를 마야의 먼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인디오들이
남아 있습니다. <라칸돈>이 바로 그들인데요, 이상하게도 그 라칸돈의 아이들은 인생의
모든 사건을 나열하는 옛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 노래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