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독장수가 헛된 꿈에 잠겨 좋아하다가 독을 깨뜨려 실망한다는 내용의 설화. 소화(笑話) 가운데 치우담(癡愚譚)에 속하는 설화이다. 속담에도 공상적인 이익 셈하기를 ‘독쟁이구구’라고 한다.
문헌설화는 ≪어우야담 於于野譚≫ 주리파옹조(籌利破甕條)와 ≪성수패설 醒睡稗說≫ 옹산조(甕算條)에 실려 있으며, 구전설화도 널리 전해진다. 여러 유화가 있으나 대표적인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들 수 있다.
어느 가난한 독장수가 독을 팔려고 지고 가다가, 나무 그늘에서 잠깐 쉬었다 가기 위하여 독을 진 지게를 막대로 버티어 놓고 그 밑에 앉아 궁리를 시작하였다.
독 하나를 팔면 두 개를 살 수 있고, 이런 방식으로 계속 이익을 남기다 보면 가히 천만금을 쉽게 얻게 되므로, 큰 부자가 되어 많은 논밭을 사 들이고 고래등 같은 집을 짓고서 장가를 들게 되면, 어진 아내와 예쁜 첩이 모여들어 그들을 좌우에 거느리고 즐기게 되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이런 생각으로 기뼈하다가 문득 생각하니, 아내와 첩을 같은 방에 있게 하면 필시 그들은 서로 다툴 것이므로 호령으로 꾸짖고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손을 들어 이렇게 때려야겠다 하면서, 두 팔을 뻗어 때리는 시늉을 하는 순간 지게를 받쳤던 막대기를 건드려 지게는 넘어가고 독은 박살이 나고 말았다.
독장수는 얼떨결에 놀라서 탄식하기를 역시 처첩을 두는 것은 해로운 일이라고 하였다. 이 설화의 다른 유화에서는 독을 깨뜨린 이유가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서, 또는 한밤중에 잠자기 위해 독 속에 들어가 있다가 공상을 하던 끝에 춤을 추거나 발길질을 하다 독을 깨뜨리는 것으로 변이되기도 한다.
춤을 추다가 독을 깨뜨리는 경우에는, 장사를 잘해서 큰 부자가 되어 많은 토지를 장만하고 큰 집을 짓자 너무 기뼈하던 끝에 춤을 춘다고 하여, 처첩의 갈등 부분은 나타나지 않는다. 또는 세찬 바람이 불어 독이 저절로 넘어져 깨지는 경우도 있다.
원래 이 설화는 중국설화이던 것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우리식으로 변모된 것이라고 말해진다. 이 설화는 노력하지 않고 욕심만으로 헛된 결과를 꿈꾸는 자세를 비판하는 다분히 교훈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참고문헌≫ 於于野譚, 醒睡稗說, 朝鮮民族說話의 硏究(孫晉泰, 乙酉文化社, 1947), 韓國의 民譚(任東權, 瑞文堂, 1972),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