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떠나 고향집에 당도했더니,
삭발하여 비구니가 되어 반기시는 스님이 얼마든지 묵고 가라며 아랫채를 내어주시는군요.
그후 절간 모든 열쇄를 건네받았습니다.
년중 대부분 문을 닫아 놓으니....
스님께 절을 일구신 경위를 물었더니,
역시 신불이 일으킨 불사 였더군요.
할아버지가 신을 뗏다는 당산나무에서 불길이 치솟는것을 목격했다며 진지하게 회고하던 스님은,
생시에서도 보고 꿈에서도 불길이 나타나 이를 기이하게 여겨 용한 무당을 찾으니,
일단 기도하여 신의 뜻을 살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답니다.
그래서 법당 뒤 언덕위에 두평 남짓한 기도처를 짓고 기도에 돌입했다합니다.
어느날 기도중 깜빡 졸았는데 불덩이가 날라와 자신을 직격하지 않고 바로 옆 방바닥에 떨어졌다는군요.
훅 하고 날라온 불에 놀라 잠에서 깨어 열기가 너무 뜨거워 밖으로 피신하여
후일 천신당으로 이름지은 기도처 안방을 바라보며 수없이 절을 올렸다는군요.
"지금도 내가 이정도인데 그때 불이 내몸에 떨어졌다면 어찌됐겠습니까?"
그 말씀에 전적으로 수긍했습니다.
2001년 처음 만났을때 마치 옆집에 살고 있었던 사람 처럼 우리 집안 일을 술술 말하시던 분.
여태껏 보아왔던 많은 무속인 가운데 단연 특출한 능력을 가졌다라고 여겨지시는 분인데
오만하지 않으나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이기도 했습니다.
불덩이가 옆에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앉으니 천리요 서니 만리를 내다보는 염험함을 얻어
이곳을 절로 개조시키고 법당에 부처님 상을 모시니 어느날 당산나무에 불길이 또다시 치솟아
그 나무를 태워 버렸다는군요.
내려가보니 생각보다 크지 않은 소나무였는데 잘려 여러 동강이 난채 그자리에 놓여있더군요.
여러모로 안심했습니다.
불덩이가 방바닥에 떨어졌다는것은 할아버지의 신불이 이분에게 가지 않았다는 뜻이니
내가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생긴거죠.
그불을 원한다고 내게 올리는 없지만 기회가 올것같은 느낌을 받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