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여러 난제들이 산적해있다. 현재 벌어지는 대소사를 결정하기에 앞서, 과거 사서를 찾아보는 것이 옛법이었다. 신냉전이 펼쳐지는 험난한 국제정세와 닮은 상황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위기는 막상 눈앞에 닥치기 전까지는 알기 힘들다.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니까.
임진난(壬辰亂)이 벌어지기 전, 조정에서는 풍신수길(豊臣秀吉)이 난을 일으킬만한 자인지 알아보고자 통신사를 파견하였다.
성은 황(黃)이요, 이름은 윤길(允吉)이라. 때는 선조 23년 경인년이니, 왕지를 받들어 사행길에 나서게 되었다. 실록에 이르기를 일본으로 건너가 풍신수길의 상을 보고 조정에 치계를 하되. 눈이 빛나 사람을 쏘아보니 담지(膽智)가 있는 고로, 전쟁을 일으킨다 하였다.
이마의 일월각이 솟아 십오세에 이르러 발운하니 초년 발복하야, 관직에 오르게 되었난데, 년상 수상이 날카로우니, 노골(露骨)이라 하였다. 관골이 옆으로 툭 불거져, 횡골(橫骨)이라 이른다. 입이 앞으로 튀어나오니, 이를 취화구(吹火口)라 한다. 성품이 살기를 띄고 있으나, 그 기세 하나만큼은 천하를 호령한다 하였다.
이에 말미암아 도적떼 두목에 불과한 상(相)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의 수장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수려하게 생긴 귀에 있었다.
예부터 지혜의 근본은 귀에 있다 하였는데 귀의 상부가 둥글고, 윤곽이 가지런하고, 수주가 둥그니. 거친 성품이 극단에 이르기 전에 자제하는 마음을 낼 수 있고, 성질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책사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다.
풍신수길은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을 통일하기 위해 전역에 자기 가신을 보내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풍신수길은 모리가문이 있는 주고쿠 지역으로 가서 전쟁을 하고 있었다. 이 때, 아케치 미츠히데가 반란을 일으켜서 노부나가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우연히 아케치 미츠히데의 첩자를 붙잡게 된다. 반란이 일어나 노부나가가 사망했음을 모리가문에 알리는 전보였다. 그의 결단은 매우 빨랐다. 가신으로서 해야할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그 즉시 휴전협상을 맺어 반란이 일어난 곳으로 가기로 하였다. 보통 반란이 일어나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어느 쪽으로 붙어야할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가만히 정세를 지켜보기 마련인데, 풍신수길은 달랐다. 병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장구류만 챙기게 하고 바로 이동을 했다. 반란군이 어떤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을지 확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가면서 생각하기로 하였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봤자, 번뇌 망상만 깊어질 뿐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가면서 생각하기로 했다는 것은 필자 개인의 주장이고, 역사적 사실로서 검증된 바는 없다.) 역시나 다들 성 안에 틀어박혀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수만의 대군이 움직이자, 풍신수길 쪽으로 가담하는 가신들이 많아졌다. 주고쿠지방에서 간사이지방으로 열흘 안에 이동하여 아케치 미츠히데군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
아케치 미츠히데는 반란을 일으켰지만, 이렇게도 빠르게 대군이 집결하여 다가오게 될줄 몰랐다. 반란은 급박하게 성공하였지만, 민심도 얻어야 했고, 주변 가신들도 자기쪽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또한 노부나가의 가신들을 제압하기 위해 군대를 모아 방어 준비도 해야했다. 모든 것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으나, 풍신수길은 준비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전투의 결과, 풍신수길이 승리하였고, 일거에 가신에서 다이묘로 등극하게 되었다.
풍신수길은 항상 그 때 그때 최선을 다했고, 또 자기 의지대로 분발하자,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 거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자리에까지 올라갔다. 가신으로서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였을 뿐인데, 자기 노력에 상응한 결과도 있었고, 운이 따라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뜻밖의 횡재는 마음을 들뜨게 하는 법이라. 뜬구름 속에서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을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쟁취할 수 있다고 갈망하게 되었다. 마침 법령이 넓고 길게 뻗어내려와 50대에도 기세가 끊임없이 이어져 자기 뜻을 펼치는데 거칠 것이 없으니 병화(兵禍)를 일으킴이 분명했다.
종친과 일부 문무관이 뜻을 모아 난(亂)을 방비하였는데, 거북선도 이에 말미암아 만들어진 것이었다.
입은 회독(淮瀆)이라고 한다. 강물을 풍부하게 담아내야 좋은 상(相)이다. 그런데, 입이 촛불을 불어 끄듯이 튀어나오니, 강물이 모두 넘쳐흘러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과 같다. 60세가 되어 강 속의 물들이 메말라버렸다. 기세가 막혀 산천초목이 바싹 마르니, 운세가 끊기어 고꾸라지게 되었다.
현재의 한국은 임진난을 앞둔 상황과 같다. 신냉전이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게 된다. 과거처럼 물리적인 전투를 하는 게 아니고, 슈타지의 휴민트들이 내전을 전개한다. 내분과 분열로 인하여 나라가 쪼개진다.
구성원들끼리 끊임없는 갈등을 하게 되는데, 끝내는 외국인 인구의 증가, 한국인 출산율 저하로 강대국들의 먹이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진짜 위기로 이어지는지, 아닌지 현재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분별하기 어렵다는게 더 문제이다.
한국은 현재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가 되어가고 있다. 서구식으로 말하면 디바이드 앤 룰, 사회주의로 말하면 볼세비키 혁명. 이를 방비해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