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동생이 고1 때 잠깐 방황했던 적이 있었다능.
엄마는 아파서 수술 받고 병원에 누워 있었고
난 타지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능.
아마 맘 붙일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헤맸던 거 같애.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랑 아빠랑 집에서 말다툼이 나서
한없이 예민해진 동생은 교복만 덜렁 챙겨들고 집을 나갔지.
가출을 하긴 했는데 갈 곳이 없으니 얘가 친구들 집을 전전하기 시작한거야
시내 길바닥에 새벽까지 앉아있다가 학교 가고 뭐 그런 생활.
그러다가 가출한지 거의 일주일이 되었을 무렵에
내 동생이랑 친구가 새벽 3시에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었대
앞은 엄청 큰 도로였고 물론 새벽이니까 차들은 뭐 아예 없었대.
그런데 갑자기 저기 멀리서 하얀 헤드라이트가 보여서 딱 쳐다봤는데
동생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있었는데 동생만 그걸 본거야
그런데 그 하얀 불빛이 점점 다가오는데 그 앞에 검은 사람 형체가
미친듯이 팔을 양쪽으로 흔들면서 질주하듯이 점점 가까워지더래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인 것 같다고 하는데 그 팔 흔드는 속도가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힘든 속도 있잖아
정말 팔이 빠져서 누가 조종하는 듯이 마구 흔들어 대더래
동생이 눈이 뒤집혀가지고 친구고 뭐고 그냥 미친듯이 앞만 보고 뛰었대
정신 차려보니까 친구네 집이었는데 거기가 좀 떨어진 곳이었다는데
온 몸이 땀 투성이가 되었는데도 힘든 것도 모르고
그렇게 정신을 놓고 한참 동안 있었다고 함...
결국 밖이 너무 무서워서 날 밝자마자 꼬리 내리고 집으로 컴백
이것은 가출한 동생을 집으로 보내려고한 귀신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능.... 고마운 규ㅣ신냔....
그런데 요즘에도 가끔씩 내가 이 얘기 꺼내면
동생이 그 때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뚝 끊고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덩치도 큰 새끼가 무섭다고 자꾸 앵긴다며....
어지간히 무서웠던듯..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