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음모' 수사] 모임 장소는 서울 합정동 종교 시설
종교시설 관계자
"농산물 직거래 팀이라며 100만원 내고 3시간 사용… 남녀 대부분 30대 후반 이상"
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이 올해 5월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인 'RO' 모임을 열고 참석자 130여명에게 "전시 상태를 대비해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시한 곳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한 종교 시설이다. 남성 신자들의 수도 시설로 본당에서는 주일학교를 열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교리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다.
국가정보원은 이 의원이 국가 체제 전복에 관한 발언을 한 녹취록 5~6개를 현재 확보한 상태이며, 이 중 가장 가까운 올 5월 녹취된 장소가 이 수도 시설의 강당이다. 이 건물은 지상 2층과 지하 1층으로 구성됐다.
본지가 28일 이곳을 찾아가자 대관 업무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관 예약 목록을 보여주며 "통합진보당에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 진보 성향 정당에 대관해 준 적은 있지만 올해 5월에 통진당에서 사용한 적이 없고 내가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된 본지 확인에 30분 만에 '사실'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5월 어느 날 저녁 8시쯤 한 남자가 전화를 해 '도시·농촌 농산물 직거래 연결해주는 팀인데 100명 정도가 교육관을 쓸 수 있느냐'고 물어서 100만원에 빌려줬다"고 말했다.
이 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지하 단체가 모인 장소는 지하 1층 강당으로 나무 바닥으로 되어 있으며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강당 앞에는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이 관계자는 "정식으로 예약한 게 아니라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고 이들은 현금 100만원을 내고 오후 9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사용하고 갔다"고 말했다. 방문자들은 남녀가 섞였고 30대 후반 이상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사람도 있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장소를 빌려준 시설이 지하 단체와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단순히 대관만 해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주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