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quake(유스퀘이크)’. 지난해 말 옥스퍼드영어사전이 꼽은 올해의 단어다. 젊은이들의 참여로 지진(earthquake)과 같은 변화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그해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의 선전(善戰)이 사례로 거론되곤 했다. 그럼직해 보이긴 했다. 제러미 코빈 당수 주변은 늘 젊은이들로 북적댔다. 18~24세의 투표율이 12~16%포인트 올랐다는 여론조사도 발표됐다. 
  
하지만 신화일 뿐 실상은 아니었다. 공신력 있다는 ‘영국선거연구(British Election Study·BES)’의 사후 대면조사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여전히 투표를 안 했다. 20대 전후에선 이전보다 더 안 했다. 오히려 투표소를 찾은 건 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였고, 특히 25~45세가 열심이었다. 스스로 젊은이를 자처할 순 있겠으나 객관적으로 그렇다고 인정받기 어려운 이들이다. 젊은이들이 집중 거주하는 지역의 투표율이 올랐다지만 0.1%포인트였다. 
  
BES는 “70대 이상을 뺀 계층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유스퀘이크가 아닌 성인(adult)에 의한 ‘애덜트퀘이크’였다는 의미다. 
  
직전 총선 때도 여론조사의 접전 예상과 달리 보수당이 과반(650석 중 330석)을 차지한 것을 두고 여론은 “보수당(토리)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였다. 이른바 ‘샤이 토리’ 현상이다. 검증해 보니 아니었다. 응답자 집단(표본) 자체가 치우쳤던 것이었다. 
  
이런 분석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싶다. 검증 과정이 없어서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60% 아래(59.8%)로 떨어졌다고 크게 보도됐다. 진짜 민심을 반영한 수치인가, 우리는 모른다. 
  
해당 기관에선 비공개로 하지만 여전히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득표율을 41.1%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건 투표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다. 응답자에 해당하는 전체 유권자로 봤을 땐 31.6%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과다 대표된 것일까, 아니면 찍지 않고도 찍었다고 한 것일까. 
  
어림짐작할 길이 없는 건 아닌데, 돈과 공을 들인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 조사를 통해서다. 지난해 9월 초 전후 2만여 명(통상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물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39.6%로 나왔다. 그 무렵 타 조사에선 50%에 육박했다. 과다대표됐다면 어느 정도일까. 
  
영국에선 여론조사를 ‘흐린 수정구슬’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한다. 별 검증이 없는 우리에겐 더 흐린 구슬이 되고 있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출처 중앙일보 네이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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