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송현섭 기자] 해양경찰청이 지난해 예산 부족을 핑계로 구조장비 구입도 안하고 훈련일수까지 줄이면서도 골프장 건설에는
145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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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정치권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해경은 95개 출장소에 연안구조장비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 장비 구입을 외면했고 유류비가
부족하다며 경비함정 훈련일수까지 줄였다. 심지어 야외사격장과 함포사격장을 설치하기 위해 마련한 부지에 골프장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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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여수시 해경교육원 부지에
145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조성된 해경전용 골프장.(뉴스타파 제공) |
정진후 세월호 대책위원회 위원장(정의당 국회의원)은 "해경이 경비함정 유류비가 부족하다며 훈련일수를 줄이고 구조장비 구입도 못했으면서
골프장을 짓는데 145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경은 145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남 여수 해경교육원 뒷산에 40만㎡의 해경전용 골프장을
조성했으나 세월호 참사로 지난 18일로 예정됐던 준공식은 열리지 못했다.
특히 정 의원은 2010년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 해경이 2006년 해경교육원 165만㎡로 계획된 부지를 2007년 231만㎡로 확대해줄
것을 요구, 야외사격장과 함포사격장 등을 조성하겠다고 했다가 골프장을 만들려고 설계를 변경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함포사격장은 50평의 게임방
규모에 불과한 지하 시뮬레이션 훈련장으로 대체됐고 대신 골프장이 버젓이 들어섰다.
더욱이 2010년 국감에서 모강인 당시 해경청장은 골프장을 왜 짓느냐는 질문에 "(골프장을 보유한 군과 경찰 등) 다른 기관과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어이없는 답변을 늘어놨다. 해경교육원도 피교육생을 대상으로 한 골프 교육과정은 없다고 확인했는데, 이는 사실상 해경 고위간부들끼리
골프를 즐기기 위한 시설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신 연안구조장비 구입예산은 대폭 줄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목포해경 진도파출소 수품·서거차 등 2개 출장소에는 구조정 등 기본장비가 전혀
없었다. 한 해경출신 인사는 "사고에 대처해야 하는 해경의 인식이 부족하다"며 "출장소에는 어선들의 조업통제를 위한 통신장비나 있을 뿐 정작
사고가 나면 어촌계 선박을 빌려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는 해경이 경비함정 유류비를 이월해 집행한 금액은 2010년 104억2천만원, 2011년
221억7천800만원, 2012년 435억6천600만원 등 점차 늘었다. 그러나 해경은 지난해 만성적인 유류비 부족을 핑계삼아 해상종합기동훈련을
종전 4일에서 2일로 단축했고 해난사고를 대비한 중대형 함정의 순항경비 비율을 줄이는 등 알량한 '유류절약 매뉴얼'까지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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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진도인근 해역관할
해경 출장소에는 기본 연안구조장비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뉴스타파 제공) |
따라서 해경 경비함정의 해난사고 대응시간은 2011년 15.8분에서 2012년 13.9분으로 일시적으로 단축됐다가 지난해 21.9분까지
뒷걸음질 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신속한 대응에 나서야할 241개 출장소의 39.4%인 95곳에 연안구조장비가 전혀 없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참고로 연안구조장비는 해난사고가 발생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필요한 순찰정과 고속제트보트, 수상 오토바이 등이다. 해경은 앞서 연안구조장비
구입에 2011년 5천352억원의 예산을 집행했으나 작년에는 2천315억원을 편성해 2년만에 절반 이하를 밑도는 수준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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