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임금인상 열풍을 불러온 것은 바로 월마트였다.
지금까지 낮은 임금으로 유명한 월마트가 6년 동안 7달러 대로 동결해 왔던 최저시급을 이달 4월부터 9달러로 인상하고, 내년부터는 10달러로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하였다.
여기에 미국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널드가 오는 7월부터 직영매장 직원 9만 명의 최저 시급을 9달러에서 9달러 90센트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임금 인상이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미국 부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국의 유명한 투자컨설팅 업체인 스펙트렘 그룹(Spectrem Group)이 100만 달러가 넘는 자산을 가진 500명의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4%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더구나 전체 응답자의 62%는 최저임금을 40% 이상 올리는데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더 악화된다는데, 왜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그처럼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왜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그 해답 중 하나는 신자유주의의 총본산(總本山)이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경제학자들이 제시하였다.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가계지출의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최저임금이 1달러 늘어나면 근로자 가구의 분기당 소비지출이 무려 800달러나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카이 필리언(Kai Filion)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최저임금 인상으로 230만 세대의 가계 소득이 늘어나 미국에서 104억 달러의 소비지출이 늘어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수백만 가구의 소비 지출이 대폭 늘어나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다른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은 이미 4% 수준으로 떨어져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이처럼 턱없이 낮아진 저축률로 볼 때, 우리 가계는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쓸 돈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닥칠 불황에 대비한다며 기업이 계속 임금을 동결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그 여파로 기업은 물건 팔 소비자를 찾지 못해 경제는 더욱 심각한 불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들이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왜 이렇게 앞다투어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임금 인상 열풍 속에서 우리 기업들만 ‘왕따’를 자처하다가 자칫 경기 회복의 대열에서도 ‘왕따’를 당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