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두고 각 당이 미묘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을 ‘ 묻지마 살인'으로,
국민의당과 정의당, 노동당과 녹색당은 ‘여성혐오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새누리당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유송화 부대변인은 19일 발표한 논평에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20대 여성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여성만이 아닌 ‘나와 우리 이웃 모두가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 폭력을 가한 것으로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라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우리 사회 안의 구조적·개인적 폭력성을 반성하고 성찰하여야 한다”며 “생명을 중시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인권의식을 높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다시 한 번 억울한 피해를 당한 ‘평범한 우리 이웃’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전정희·이옥 여성공동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살인사건’으로 규정하고 정신병력이 있는
개인의 범죄 행위로 볼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심해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특정의 사람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게 만든다”며 “(특히)여성이라고 하는 특정한 성을 공격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한 개인의 정신병적 질환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여성혐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완화시키고 무너진 공동체를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여성 혐오 범죄’라고 규정했다. 정의당 강윤구 대변인과 류은숙 중앙여성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온갖 폭력을 견뎌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고 한탄하는 여성들의
반응은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피해자 여성에 대한 살인이면서 동시에 여성 전체에 대한 살인”이라고 규정하고 뿌리
깊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재생산되는 한 제2, 제3의 강남 살인사건은 언제든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은숙 중앙여성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아무 연고도 없는 남성에게 목숨을
잃었다”며 도를 넘은 여성혐오에 이제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녹색당과 노동당도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사건으로 봤다. 녹색당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여성도 인간임을
사회적으로 다시 성찰해야하고, 정치적 애도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젠더가 삭제된 민주주의는 온전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노동당 여성위원회는 19일 논평에서 “묻지마 살인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충동적인 가해 행위를 특징으로
하는 범죄를 일컫지만 이번 강남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있지도, 충동적이지도 않았다”며 “이제 여성혐오는 담론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경우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다만 이곳에 지역구를 둔 박정준 새누리당 당선인(서초
을)은 이번 사건이 묻지마 살인이자 여성 혐오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런 ‘묻지마 살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100% 강제할 수는 없더라도 약간 반 강제,
처벌도 할 수 있는 법안이 있어서 우리가 옆에서 살인 당하는 걸 방관하는 것도 간접죄란 개념에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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