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호남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하다 나온 부분이긴한데,
김대중대통령이 집권하던 당시 97년, 김대중의 가신들은 대부분 공직을 포기하겟다는 선언을 합니다.
박지원을 제외하곤 사실상 장차관 자리 하나 없이 지내야 했습니다.
한화갑, 박상천, 권노갑,한광옥, 이 분들이 그분들이죠.
한때는 구태정치인이다 비판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70년대부터 97년 집권까지 사실 이 가신분들이 없었
다면 김대중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IMF 극복이라던지 (여기에 대해선 조금 논란이 잇을수 있지만), 이후 민주주의 정착에 힘든 시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은 97년에도 기용되지 못하고, 2003년에도 기용되지 못합니다.
사실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의 갈등때문에 박지원은 감방갔다 오고 누군 한나라당으로 갔고 누군 은퇴하고, 누군 수사받고 아무튼 고생한것에 비해선 너무나 박한 대접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명예를 지켜준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들 퇴물들이니, 구태 정치니...
사실상 김대중 시절의 인사중 남은 사람은 유일하게 박지원씨만 남아있네요.
아시다시피 그는 국민의당에 있습니다.
97년에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기전, 새천년국민회의가 처한 상황이 중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정권교체에 핵심적인 패를 쥐고 있는 것은 호남의 표가 아님니다. 경상도와 경기도의 중도표입니다.
이들 중도를 흡수하기 위해선 당시에도 만연하던 호남에 대한 색깔론을 억누를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것이 호남에겐 아주 억울한 부분인데, 이 색깔론은 박정희시절의 민주주의 탄압과정에서 발생한 김대중 간첩혐의와 80년 광주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하기 위한 신군부의 프로파간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빨갱이 김대중에게 정권을 맡겨도 되겟는가? 하는 의혹이랄가.
그래서 재야 출신의 그의 가신들은 대부분 정치권에 참여하지 않겟다는 선언을 합니다.
전라도 출신 사람들에게 정부 요직을 맡기면 자신들의 기득권이 공격당할 것을 우려한 우파쪽 사람들의
요구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김대중은 이것을 수용했고, 그를 통해서 중도표를 흡수합니다.
정권 창출의 대의를 이루기 위해 자신들을 희생한 셈이죠.
2003년 노무현에 의해서 다시 대선이 이루어질때도, 역시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구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는 사실상 김대중당이고, 호남당인데 지역대결 구도로 가면, 다시 색깔론이 나올것이고 이것이 현실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면 선거는 질것이 뻔하다. 이런 판단때문이었죠.
물론 당의 정통성은 걸출한 민주주의 지도자 김대중이 만든 것이지만, 분명 그의 가신들도 지분이 있죠,
그래서 민주화 세력의 정통성을 김대중에게서 후계했다. 라는 표현을 쓰면 누구보다도 이들 가신들에게는
정당한 명분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이 명분이야 말로 양날의 칼입니다. 민주당의 정통성 김대중의 후계라는
기득권이자 동시에 민주당의 한계가 되는 것이죠.
김대중을 언급하고 호남을 언급하는 것이 선거에서는 역효과를 만는다고나 할까.
물론 앞서 말했듯이 이것은 군사정부 시절의 잘못된 프로파간다 덕분입니다. 때문에 호남사람들은 명백하게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그 최대 피해자들중 이들 김대중의 가신도 포함되죠.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토사구팽당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진보진영의 정권 성립을 위해서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의 호남 가신 버리기는 김대중의 묵인하에 이루어진것 아닌가 전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김대중에 대한 배신감에서 그의 가신들이 뿔뿔히 흩어져 버리죠.
안타까운 것이 참 많은 이야기 입니다.
분명 산전수전 다 겪어야 했던 민주화 운동의 투사들이 그들의 인생에 어울리는 명예는 전혀 누리지 못한
것이죠. 이것은 분명 희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후 노무현 시절부터 이들 뿔난 호남의원들은 다른 길을 가야만했고, 그결과 탄핵사태라던지 최근의
국민의당 창립이라던지 하는 사태나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론 대국을 위해선 김대중과 노무현이 추구하던 길이 맞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지역주의 틀안에 갖혀 있다면 한국의 우파에게 항상 당할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한 사람들이었죠.
하긴 돌이켜 보면 그것또한 순진한 생각이기도 했습니다.
포용을 추구하며 개혁을 이끌던 두사람이었지만 결국 노무현의 xx로 끝났고, 그때 이미 지역주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향의 차이만 존재한다면 한국 정치는 가차없이 상대를 파괴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보수 정권이 재창출한지 이제 9년이 끝나갑니다. 올해가 과연 박근혜 정부로 끝이 날지 안날지...
모르겟습니다.
김대중이란 대통령을 세우기 위해 그의 가신들은 희생을 강요받았습니다. 노무현이라는 더 큰 대의를 위해서 또한번 희생을 요구받았죠. 물론 사람인지라, 2번째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진보쪽의 인사들은 소위 '대의'를 위해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네요.
보수쪽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자유주의 민주주의
말은 쉽지만 참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없네요. 이마당이 되도록.
누군가는 책임감에 사퇴하겟다. 선언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정상인데.
처음부터 가치따위는 없었던 거죠. 단지 권력과 부를 위한 자리였던거지.
애국보수라. 분명 그런 가치가 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심지어 5공화국도 어떻게 보면 공이라는 것이 있었고 명분이 존재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보수에겐 명분이라는 게 무엇인지 . 남아있는지.. 희생할 가치가 있는지 솔직히 의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