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암이 구약에서 가장 부각된 역할은 모세가 쿠시인 여자를 아내로 맞을 때 아론과 같이 극렬하게 반대할 때뿐입니다.
게다가 반대하는 이유가, 문맥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신이 누구와 얘기를 나누었냐는 것입니다.
모세만 신과 얘기한 게 아니라 자기들도 신과 대화했다고 주장합니다.
둘의 주장이 틀렸나 맞았나 하는 건 현대의 우리들이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신이 누구와 소통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미리암과 아론이 왜 모세의 새 아내에 대해 반대했는가 하는 겁니다.
출애굽기의 필자는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의 아내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밝혀야 하는데,
합당한 이유를 서술하기는커녕 엉뚱한 답변으로 이 사태를 모면하려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여기서 성경의 주석자가 달아놓은 답변을 무시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면,
모세의 새 아내에 질투하는 미리암의 모습만 남게 됩니다.
무엇보다 미리암이란 이름의 뜻은 ‘반항적으로’란 의미입니다.
고대는 여자의 신분이 남자에 종속되었습니다.
그 당시 대체 어느 부모가 딸의 이름을 '반항'이라고 붙이겠습니까?
강력한 신분사회에서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차마 '반항'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이건 후세의 필경사들이 전적으로 짜맞추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모세의 결혼을 반대한 여자가 있었고, 편의상 그 여자의 이름을 반항의 의미로 ‘미리암’이라 붙입니다.
위대한 지도자의 결혼을 감히 반대한 여자의 존재가 껄끄럽기 때문에 ‘누이’라는 설정을 덧붙이고,
모세의 이집트 이름을 설명하기 위해 그 누이가 모세를 구해준 것처럼 이야기를 엮어 짭니다.
결론적으로 미리암은 본명이 아닙니다. 누이도 아닙니다.
덧붙인다면, ‘누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남편이 아내를 부르는 가장 흔한 애칭입니다.
고대 이집트의 이시스 여신은 오시리스의 아내이면서 누이이기 때문에, 아내를 누이라 부르는 애칭이 유행이 된 겁니다.
종교가 사회를 통째로 지배하는 사회니까, 신화가 사회의 애칭까지 지배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아니, 누이도 아닌데 아내를 누이라 부른다고?
이게 이상하게 여겨진다면 좀 비슷한 예로 한국을 들겠습니다.
‘마누라’라는 말은 세자빈에게 쓰는 존칭어 ‘마노라’가 발음이 변형된 겁니다.
아내를 높여준다고 장난스럽게 부르는 말이, 이제는 존칭의 의미는 없고 평범하게 바뀌었습니다.
이제 마누라에서 세자빈의 존칭의 의미를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옛날에는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열 다섯 살 즈음에 혼인했고 바로 아기를 낳았습니다.
모세가 사람을 죽이고 사막으로 달아나던 때가 몇 살 무렵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미 고대 관습상 혼인을 했을 것입니다.
추측컨대, 미리암이 모세의 새 아내에 대해 극렬 반대한 이유는,
미리암이 모세가 이집트에 있었을 당시에 첫번째 부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모세가 사막으로 달아난 이후 십보라라는 여자를 얻어 재혼한 것까지는 미리암이 용납할 수 있었지만,
쿠시 이방인 여자까지 아내로 얻은 것에 대해 미리암의 질투가 폭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아론은 모세의 친형이 아닌 처남이며 미리암이 모세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것이고,
미리암을 모세의 누이라 한 것은, 고대 이집트에서 아내를 누이라 부르던 애칭의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야, 이건 어거지다............라고 생각하신다면,
이집트 군대의 추격을 뿌리치고 탈출해서 기뻐서 춤춘 미리암은 단 두 줄 언급에 불과한데
지도자 모세가 쿠시 출신 여자를 얻은 것에 대해
아론과 미리암이 극렬하게 반대했던 부분은 민수기 12장에 왜 자세하게 나올까요?
그것도 앞뒤 맥락도 안맞는데 말입니다.
아론과 미리암이 신과 대화했느냐 여부가 모세의 여자 간택의 이유가 됩니까?
모세의 이방인 여자 아내에 대해 아론과 미리암은 같이 반대했건만
문둥병은 오로지 미리암만 걸렸고 미리암만 진영 밖으로 쫓아내 7일을 가두기까지 합니다.
이건 지도자의 스캔들을 무마하려고 하는 시도로밖에 안보입니다.
민수기 12장은 지도자 모세의 여성 스캔들을 묻어두기 위한 대국민 보도 자료로 보입니다.
다음에는 모세의 이름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