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의 여호수아서 6장을 보면,
여호수아가 이끄는 히브리 집단이 여리고성을 함락하는
그 유명한 장면이 나옵니다.
신이 여리고성을 히브리 집단에게 넘겨주기로 약속했다며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라 명합니다.
히브리 집단 중에 전투 가능한 자를 엿새 동안 나팔을 불며 성 주위를 돌게 합니다.
이레 째에는 성을 일곱 번 돌고 함성을 지르면 성이 무너질 테니
일제히 진격하라는 것입니다.
고고학자들은 성이 무너져 내린 것을 지진이라 추측하고
여리고성의 유적을 조사할 때
지진이 언제, 어느 지층에서 발견되는가에 집착하기도 했고,
히브리 집단이 여리고성을 점령한 후에 성 전체를 불 질렀다는 문구에 착안하여
여리고 유적의 어느 지층에서 불탄 흔적이 발견되는가에 집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여리고 유적에서는 지진 흔적도 발견됐고
불탄 흔적도 발견되기는 했습니다.
여리고 성은 요단 계곡에 위치해 있는데
요단 계곡이 거대한 단층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여리고 인근의 땅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2개의 판구조 사이에 끼여 있어, 지진 다발지역이므로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이 일어나 성이 무너졌다는 증거도 발견됐습니다.
다만, 지진의 흔적이나 불탄 흔적이 각기 다른 지층에서 발견됐으며
고고학자들이 엑소더스의 시기라 추정하는 바로 그 시기에 지진이 일어난 건 아니라서
여리고 성의 고고학적 발굴 성과가
엑소더스의 실제적인 증거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죠.
정말 여호수아가 이끈 히브리 집단이 여리고 성을 점령한 건 허구일까요?
그들을 이끈 야훼 신께서 지진으로 여리고 성을 무너뜨린 건 공상에 불과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신은 인간을 통해서만 기적을 보여줄 수 있다!”
근래 브레이브 걸즈라는 케이팝 걸그룹이 기적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체를 결심한 무명의 걸그룹이 뜬금없이 유투브 영상 하나에 소환되어
4년 전 노래가 느닷없이 6관왕을 달성하고
이들의 평판은 빌보드를 점령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에 버금가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멤버 중 유정이란 사람이 개신교도인 모양인데
유정과 잘 아는 목사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니
뭐 전형적인 개신교도적인 마인드에 입각한 글이던데, 그걸 깔 생각은 없고요,
예전에 제가 올린 이영표의 기도랑 좀 비슷한 느낌이 들던데,
유정이 하는 일이 잘 안풀려 신과 멀어졌고
근래 절박하게 신에게 기도했더니 이런 기적이 일어났다,
뭐 그런 스토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기서도 제가 갖고 있는 생각과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유정에게 일어난 기적은 결국은 비디터라는 유투버에 의해 벌어진 일입니다.
기적이란 건 인간과 무관한 신의 절대적 권능에 의해 벌어지는 게 아니고
결국은 인간이 벌인 일이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 그런 사건입니다.
신은 인간이 없으면 기적을 베풀 수 없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히브리 집단이 여리고 성을 점령한 것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자, 여기서 시선을 돌려 중국 역사의 한 장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隋수나라의 文帝문제가 진나라를 멸망시킨 장면을 보면,
히브리 집단이 여리고 성을 점령한 방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나라 장수 하약필은 양자강 너머의 진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적을 기만시킬 방법을 강구했는데,
부대가 매번 수비 임무를 교대할 즈음에는 깃발을 현란하게 바꾸어 꽂게 하고
막사를 넓게 펼쳐 쳐서, 마치 공격 전에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강 건너 진나라 군대는 수나라 군대가 막 공격하려는 것처럼 보여
매번 긴장하며 전군을 소집하고 방어 태세를 갖추게 했습니다.
한데 이것도 몇 번이지, 매번 수나라 군대가 요란하게 임무 교대식을 벌이니까
진나라 군대도 수나라 군대 교대식에 굳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심드렁하게 대했습니다.
진나라 군대의 긴장감이 떨어지자 수 문제는 양광을 파견해
50만 대군을 여덟 갈래로 나누어 일제히 공격하게 했습니다.
이번에도 군대 교대식을 요란하게 하나 보다, 방심한 진나라는
결국 수나라 대군의 기습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나라가 망하게 되었습니다.
히브리 집단이 나팔을 불며 요란하게 매일 일정한 시각에 여리고 성을 돕니다.
처음 하루 이틀은 여리고의 수비병이 적이 공격하나 보다 하고
황급히 막을 태세를 갖추겠죠?
그러나 매번 같은 짓을 반복하면 여리고 성벽 수비병도
저 새끼들은 그러려니, 하고 방심하게 됩니다.
그 방심한 틈을 타서 마지막 날 전군이 기습 공격을 감행하면
여리고 성을 점령하는 것도 불가능한 작전은 아니게 됩니다.
이건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병법 36계 중에
만천과해(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너다)라는 병법입니다.
여호수아는 신이 내려준 지진에 의해 여리고를 점령한 게 아니고
바로 만천과해라는 병법으로 여리고를 점령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공을 신이 내리신 은혜며 기적이라고, 신에게 돌리는 겁니다.
많은 종교들이, 인간은 절대자에 비해 하찮은 존재이며
절대자에 귀의하는 것이 진리의 길이라고 사기를 칩니다.
이게 사기가 아니라고요?
사기가 아니라면, 절대자에게 귀의하는 것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그 자의 주머니가
왜 그득해지는 거죠?
진리라는 것이, 절대자에게 귀의하라 권면하는 그 자의 배를 채우는 것이 진리인가요?
인간은 절대자의 기적을 대신 행해줄 만큼 위대한 존재입니다.
그 인간이 여호수아든 비디터든 하찮은 존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인간이 절대자보다 위대한 존재는 아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