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Say No’, 서현이 선택한 서현
서현은 솔로 앨범 [Don’t Say No] 발매 이후 종종 자신을 ‘신인 솔로가수’라고 표현했다. 지나친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가 속한 소녀시대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살아있는 전설에 가까운 위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MBC [일밤] ‘복면가왕’에서 서현은 개인기로 원더걸스의 ‘Tell Me’와 드라마 [엑스파일] 더빙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실제 목소리를 길게 노출했고, 1라운드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고 2라운드를 거치며 보통의 출연자와 완전히 다른 수준의 노래와 무대 매너, 안무 소화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김성주가 혼자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재밌을 정도로 판정단 누구도 그를 짐작하지 못했다.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우선 누구도 ‘소녀시대의 서현’이 ‘복면가왕’에 출연하리라 쉽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들은 생각보다 서현의 목소리를 잘 몰랐다. 그가 소녀시대의 멤버로 부르는 노래는 그들의 곡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목소리에 속하지만, 그것을 서현 개인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심지어 태티서의 셋 중 하나지만, 이미 대중적으로 각인된 태연이나 티파니에 비해 서현의 목소리를 따로 언급하는 일은 많지 않다. 요컨대 서현의 노래는 ‘소녀시대의 목소리’가 되었다. 서현임을 알고 듣는 ‘복면가왕’ 무대는 그 증명이다. 사람들은 소녀시대의 히트곡에서 들었던 그 창법과 목소리를 얼굴을 가리고 부르는 완전히 다른 아티스트의 노래를 통하여 재확인하는 경험을 했다. 그가 자신을 ‘신인’이라고 표현할 때, 단지 겸손하거나 ‘초심’을 표현하는 것 이상의 복잡함이 담기는 이유다.그 복잡함은 [Don’t Say No]를 만든 과정과 결과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그가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힌 것처럼, 애초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소속사는 소녀풍, 정확히는 ‘막내풍’ 타이틀곡을 추천했다. 대중들이 인지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막대’에게 어울리는 노래, ‘바른생활 소녀’라는 공식에 가까운 이미지를 반영한 의견일 것이다. 하지만 서현은 고정적 이미지에 머물거나 반대로 급격하고 어색한 성인식을 치르는 것보다 나은 선택을 했다. 소녀시대 안에서 충분한 실험을 거친 R&B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원과 역량을 투입할 수 있는 회사이고, 실제로 최근 어느 때보다 매끈한 결과물이 나왔다. 비주얼 측면에서도 전략은 유사하다. 복고코드로 섹시한 이미지를 중화하면서 슬쩍 파격적인 비주얼을 삽입할 여유를 얻는 방식은 이미 ‘Mr.Mr.’에서 추구했던 바다. 스스로 가사를 쓰고 혼자 노래 전체를 소화한다는 것은 단순한 지분 문제가 아니다. 서현은 지난 10년간 소녀시대가 성장하며 공유했지만 ‘막내’에게는 미치지 못했던 성인 아티스트로서의 위치를 단숨에 따라 잡았다.그래서 [Don’t Say No]는 아이돌이 자기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대한 특이한 예시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보통 스스로 창작자의 위치에 올라 ‘탈아이돌’을 노리는, 가장 흔하지만 명확한 방법이 있다. 또는 종현의 예처럼 시스템 자체를 충분히 활용할 방법을 찾는 똑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서현은 자신을 향한 디렉팅을 스스로 바꿔버렸다. 그 결과로 서현을 바라보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어떤 아이돌이 그것을 스스로 해냈다.글. 서성덕(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