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RW팀은 B씨의 신고가 접수된 직후인 3월 6일 민 대표에게 상황을 공유했다. 다음 날 메일로 재차 상황을 공유받은 민 대표는 신고 내용에 편향된 의견이 많다고 주장하며 ‘편파적’ ‘보복성’ ‘날조 신고’ 등의 표현을 사용해 답장했다.
하이브는 이후 B씨, A 임원과 각각 대면조사를 진행한 뒤 3월 14일 민 대표에게 조사 결과를 메일로 알렸다. ‘양측의 주장이 다르고, 증거가 부족해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A 임원의 행동에 불필요한 오해의 여지가 있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엄중 경고’ 조치를 해달라고 권고했다.
민 대표는 이에 반발하며 A 임원을 즉각 해당 메일의 수신자로 참조했다. 수신자로 참조할 경우 당사자 간에 오가는 메일을 전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A 임원이 조사 담당자와 대표가 주고받는 사건 관련 대화를 실시간으로 공유받게 된 것이다. A 임원은 이후 메일로 여러 차례 자신의 입장을 해명했다. 민 대표도 조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며 B씨의 신고가 보복성 신고라고 거듭 주장했다. 반면 B씨는 3월 16일 양측의 실랑이가 마무리된 뒤 닷새가 지난 21일에야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날은 A씨의 퇴사일이었다.
전문가는 민 대표의 이 같은 행위가 위법했는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부분이 있지만, 대표로서는 논란의 여지 없이 적절치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노무법인 ‘지안’ 대표 장인기 노무사는 위법 여부와 관련해 3가지 쟁점이 있다고 했다.
① 하이브가 조사를 진행한 상황에서 조사가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책임이 민 대표에게 있는지 여부
② 민 대표가 수신자 참조를 한 시점
③ 민 대표의 행위가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등 3가지이다.
민 대표의 개입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조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과 이 점이 하이브의 조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장 노무사는 다만 “민 대표가 A 임원에게만 메일을 공유함으로써 결과가 사실상 한쪽에만 통보되고 A 임원은 소명의 기회를 추가로 얻은 것으로, 이는 조사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B씨도 “대표자라면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라며 “하이브의 ‘경고’ 권고에도 공정하게 중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민 대표가 B 임원에게 메일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B 임원도 A씨와 마찬가지로 3월 21일에 결과를 알게 됐을 것”이라며 “민 대표가 조사 결과를 수정해달라고 항의하면서 하이브 HR은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내부 검토를 다시 한 뒤 ‘엄중 경고’ 권고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고 밝혔다. 장 노무사는 “민 대표의 항의로 내부 검토를 다시 했다면 이는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의 RW 규정상 B씨와 접촉할 수 없어 A 임원의 입장만 청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는 사실이 아니다. RW 규정에 따르면 신고자와 피신고자 모두 접촉이 불가하다”며 “그런데도 민 대표는 A 임원에게만 연락해 입장을 듣고, 어떻게 대응할지 조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 노무사도 “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한쪽의 입장만 들으며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는 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뒤 하이브 측에 ‘B씨-A 임원-광고주’의 삼자대면을 제안했다. B씨가 퇴사 당일 인사차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뒤에는 그에게 직접 A 임원과 만나 화해할 것을 권유했다. 민 대표가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B씨는 민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실제로 A 임원과 만나 대화했다.
B씨는 이에 대해 “비슷한 업계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만큼 민 대표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었고 원만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노무사도 “가해자와의 대면을 권유하는 것은 의도를 떠나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장 노무사는 “공개된 메시지를 보면 민 대표는 B씨의 연락을 받은 뒤 뒤늦게나마 의견을 청취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메시지 공개 자체는 ‘비밀 누설 금지 조항 위반’이라며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또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위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계 사람이라면 조금만 수소문해도 B씨를 특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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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민 대표가 자신의 업무 능력을 공격하며 연봉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등 논점을 흐리는 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핵심은 민 대표의 부당한 개입”이라며 “내 사건이 부적절하게 처리됐다는 것을 이번 사태로 뒤늦게 알게 됐고, 민 대표가 자료를 공개하며 어쩔 수 없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 대표, 하이브, A 임원 등 모든 관련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고, 고용노동부에도 진정을 넣을 것”이라며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