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민족마다 자신들을 지켜준다는 호국신 이야기가 전해내려오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을 언제나 생각하는 사람은 부모님이듯 자손을 언제나 생각하고 죽어서도 돌보는 것은 조상신이며, 또한 언제나 자기 나라를 생각하고 백성을 돌보는 신은 민족신, 즉 호국신인 것이죠. 그 중에서도 신라 시대 미추왕이 죽어서도 나라를 지킨 호국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삼국사기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삼국유사] 1권 '기이'편 미추왕과 죽엽군 이야기
미추왕은 신라 13대 왕으로 김알지의 6대손입니다. 김씨로는 처음으로 왕이 되었는데 나라를 순회하면서 외롭고 가난한 노인들을 보살피기도 하고 농사철에는 부역을 금지시키는 등 백성을 위해 힘쓴 성군으로 알려져 있지요.
신라 14대 유례왕 14년 AD297년, 일개 소국에 불과했던 이서국의 군사들이 신라를 쳐들어와 신라는 대군을 동원해 방어에 나섰으나 불리해져서 금성(지금의 경주)이 함락되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그 때 수를 셀 수 없는 이상한 군대가 나타나 신라군에 합세했는데요.
오래전에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들이 귓등에 댓잎을 꽂고 생시와 똑같이 싸우더라고 노병들이 말했습니다. 분명 죽은 걸 알고있는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 자신들과 같이 싸우니 얼마나 놀랐을까요.
그 때 그 병사들이 귓등에 대나무잎을 꽂고 있어서 그들을 죽엽군이라고 불렀답니다.
사람들은 죽은 선조들이 신라를 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던 어느날 사람들이
미추왕 능 앞에 대나무 잎이 수북히 쌓인 것을 보고 선왕이 망자들로 조직된 신병을 동원하여 나라를 지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미추왕 능을 죽현릉이라고 부르며 더욱 숭상하게 되었죠.
이것은 영화 반지의 제왕 중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적군을 물리치기 위해서 옛날 병사들의 혼을 동원하지요.
신라 시대의 죽엽군은 이런 해골바가지 모습으로 나타나진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신명에 대한 동서양의 시각차이가 이런걸까요?
멋지게 적을 물리친 후 신병들은 이제 편안하게 쉬게 해달라고 하지요.
"release us.... " (이제 풀어줘...--;;정도? )
"go" 라고 하니 모래날리듯 사라지는 신병들이었습니다. (정말 좀 깨는 장면이었습니다)
영화속의 신병들은 계약에 의해서 쉬지 못하고 동원된 것으로 나오지만
죽엽군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미추왕의 명에 따라 의롭게 싸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신명세계에도 조직과 계급이 있다는 걸 알게되죠.
또 사람이 죽어도 그 의식을 그대로 갖고 간다는 것.
그러니 나라를 다스리던 왕은 그러한 의식으로 능력이 닿는 한 계속 나라를 돌보게 되고요.
마찬가지로 조상님도 돌아가셔도 생전에 그러하셨듯 자손을 돌보고 계실거란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