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베프가 영국에서 유학을 좀 오래 했어. 한국에서 대학 다니다가 관두고 체질에 안맞는다고 영국으로 떠났던 냔이거든.
사실 내가 좀 귀차니즘 st이라서 연락을 썩 자주는 안 하는데 그래도 챙길 건 다 챙겨주는 그런 st이다? 그래서 얘가 유학가고 나서 뭐 연락을 자주 안 했어도(한국에 있을땐 자주 만나고 그러긴 했지마는) 친하긴 친했어.
근데 하튼. 하루는 내가 밤에 꿈을 꿨는데, 얘가 생전 내 꿈에 나온 적이 없는데 그날따라 꿈에 나온 거야.
근데 꿈에서 내가 얘랑 어떤 다리 앞에 있었어.
되게 안개가 자욱하게 껴가지고 앞이 잘 안 보이는 그런 다리였는데, 가로등이 켜져있고 그랬어. 주변엔 아무도 없구.
그 풍경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친구가 다리를 건너가기 시작한다?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켜보고 있는데, 말려야겠다 뭐 이런 생각 없고 그냥 멍하니 보고 있었어.
근데 얘가 한 반 정도 다리를 건너다가 도로 돌아오는 거야. 그냥 꿈에서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꿈 꿀 때 중요한거 중 하나가 꿈 내용도 내용이지만 잠에서 깰 때의 기분도 되게 중요하다고 하잖아?
근데 내가 이 꿈 꾸고 깨는데, 기분이 너무 안 좋은 거야. 꼭 얘한테 무슨 큰 일 닥친 거 같이 기분이 정말 안 좋았어. 깨방정 떨자면 죽을 고비 넘긴 거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거든.
그래서 얘네 집에 그날 낮에 전화를 했어.
얘네 부모님이 날 좋아하셔서 걔 없어도 난 그냥 걔네집에 놀러가서 있다가 밥먹고 오고 이랬거든.
혹시나해서 친구냔한테 연락 없냐고(이 냔이 그래도 집에는 연락을 자주 함ㅋㅋㅋㅋ나한테는 안해도 ㅋㅋㅋㅋ) 물었는데
어머님이 지난 주말에 전화왔는데 별 말 없었다고 그러시더라구.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려는데, 그래도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내가 진짜 큰 맘 먹고 국제전화를 했어 걔한테. 영국 시간으로 아침 시간 맞춰서?
걔가 전화 받자마자 내가 진짜 딱 이랬다?
"야, 나 베일인데 너 무슨 일 있지? 어디 아프냐?"
이랬더니 얘가 갑자기 막 울어;;
그래서 내가 왜 우냐고 무슨 일 있냐고, 다쳤냐고 달래면서 물었더니, 얘가 그 주 초에 (내가 그 꿈 꾼게 목요일인가 수요일인가 그랬었음) 교통사고가 나서 오토바이 뺑소니를 당했다는 거야;
근데 자기는 부모님 걱정시켜드리기 싫어서 일부러 집에 말 안했다고, 자기가 해결할라고 그랬대?
그래서 내가 엄청 화내면서 걱정을 시킬 게 있고 안 시킬게 있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지금 당장 집에 전화해서 부모님한테 말씀 안 드리면 내가 전화할거라고 막 화냈더니 그제서야 울음 그치면서 알았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걔 결국 공부하다가 잠깐 휴학하고 한국 들어와서 치료하고 그러다가 다시 영국 갔던 적이 있었거든?
이 일 아직도 생각하면 (꿈 자체는 그저 그랬는데 깨어날 때 기분이) 넘 오싹하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