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한미FTA가 발효된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MB 정부는 소비자 후생을 강조하면서 한미FTA를 이행해나갔었는데 본인이
살펴본 바로는 비교적 무난하게 협상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관세가 즉시철폐된 품목도 있고 단계적으로 인하되는 품목들도 있는데
물론 한미 FTA가 발효되었다고 해서 당장 대박이 터지거나, 당장 쪽박을 차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무역의 이점을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관세는 떨어지는데 왜 소비자판매가격은 요지부동이냐는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유통구조를 개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무리 가난하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먹어야 사는데 식탁물가, 말하자면 농산물이나 신선식품만 하더라도 거품이 상당히
끼여있다고 생각된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농산물 중에서 마진으로 빠지는 게 절반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국내적으로 유통구조가 낙후되어있다
보니까 국민들이 생활을 꾸려나가기가 더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되고 이제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돼지고기만 하더라도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가격의 40% 가량이 유통마진으로 빠져버린다. 비단 돼지고기 뿐만이 아니라 사과만 하더라도
중간에서 46%씩 마진으로 빠져버리고, 그외에도 당근이나 양파, 쇠고기, 닭고기, 배추같은 농축산물의 유통마진이 50~70%나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비싼 값에 사면 중간상인들이 다 챙겨가는 구조인 것이다. 우리는 전국 농축산물이 서울 도매시장에 올라와 다시 지방으로 내려갈 만큼
유통단계가 너무 길고 복잡하다. 물론 유통구조 개선 문제가 어제 오늘 나왔던 이야기도 아니고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지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 했다. 말하자면 이해당사자들이나 이익집단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업계가
직거래나 단축거래를 통해 기존 유통구조에 도전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대형마트 하지마라, 프랜차이즈 하지마라고 하면서 틀어막고 있기때문에
현오석 경제팀의 유통구조 개혁을 통한 물가안정이 공염불이 되지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고있다. 결국 이러니까 내수경기가 진작되지 않는 것이다.
말이 나오니까 하는 말이지만 대형마트가 물가안정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알아야한다. 그들은 유통구조를 줄여서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있다. 이마트만 하더라도 후레쉬 센터를 열었다. 왜? 농수산물을 대량으로 매입해 냉장, 냉동시설을 통한 장.단기간
저장으로 상품의 선도를 유지 관리하고, 자동화 설비를 통해 상품을 선별,포장,유통하기 위함이다. 생산과 판매를 제외한 여타 과정들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물류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기존 도매시장, 공판장, 도소매상인, 소매유통과 같은 다단계의 유통구조를 하나로
대체할 수 있어서 경비도 절감되고 생산자인 농어민도 곧바로 판매자와 연결되기 때문에 수익창출에도 용이하다. 롯데마트도 경기도 이천에
농산물포장센터를 오픈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고 이를 판매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마트가 수직계열화를 통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혹여 폭염이나 태풍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수급조절이 가능함으로써 가격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소비자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하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벤치마킹할 만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식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하지만 MB 정부 때 한국의 식품 물가가
14%씩 뛸 때 일본은 식품 물가상승률이 2% 정도였고 이는 OECD에서도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일본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세계적인 곡창지대의
곡물생산업체들과 제휴하고 안정적인 농산물 수입망을 갖췄기 때문에 관리가 가능하다. 또 70년대부터 곡물비축시스템을 갖춰 곡물값 폭등에 대비하고 있다.
지역 단위로 농산물직거래장터를 설치해 농축수산물의 유통비용도 줄이고 있다. 배추를 가지고 비교를 하더라도 한국의 경우에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복잡난해한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판매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버리는 반면에 일본의 경우에는 지바 현에서 출하된 배추가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의 가격은 500엔 정도 밖에 안 된다. 지바현 쇼이카고 직거래 장터에선 배추가 유통마진이 거의 없어서 250엔 정도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하다는 일본과 비교를 해보더라도, 국내적으로도 유통구조가 굉장히 낙후되어있고 국제적으로도 완충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대단히 낮고, 이런 낮은 식량자급률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게 되는데 한국과 비슷한 처지인 일본과
달리 한국은 국제시장에서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말하자면 미쓰이물산이나 마루베니처럼 낮은 단가에 구매력있는 플레이어로
참가해서 시장을 쥐고흔들어야 하는데, 그 때마다 재벌이 식량까지 장악하냐는 논리가 계속 되다보니까 아무도 곡물시장에서, 농업분야에서
플레이어로 활약하지 않는다. 한국의 기업들은 그저 앉은 자리에서 카길같은 식량메이저들이 부르는대로 값을 지불해야하는 처지가 된거지.
안정적인 곡물유통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다보니까 결국에는 국제시장에서 애그플레이션이 발발하게 되면 그 가격이 여과없이 국내로
전이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어떠한 형태의 완충장치도 없고 해외농장만 하더라도 일본같은 경우에는 마루베니나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같은
종합상사들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 투자해서 1200만 헥타르 정도를 보유하고있는데 한국은 다 합쳐봤자 10만 헥타르도 안 될 것이다.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를 방치해놓고 중장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없다. 정부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모양인지 연초부터 대통령이나
현오석 경제팀이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역대 정부마다 시도되어왔던 것들이지만 그 때마다 정치적인 이유로
무산되어왔었다. 천천히라도 진행되었더라면 지금쯤 훨씬 개선되어있을텐데 제자리걸음을 하고있었던 것이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대형마트들이
농수산물을 산지 직매입으로 조달하는 등 유통 단계를 줄여 물가 안정에 기여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 우선 산지 농가부터 조직화하고 전문화해서
자체 포장, 공동 출하 등으로 직거래를 하게하여 중간상인들의 농간을 저지해야 하고, 대형 물류창고를 마련하고 운송시스템을 개선하면 유통마진도
확연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국내적인 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FTA로 인해 관세가 철폐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일
수가 있다. 더욱이 식탁물가는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고 정부에서도 이 점을 유의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