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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정치중심 커뮤니티의 위축이 가파르다. 노무현의 죽음,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며 야권성향자들의 정치 인사이드로 부각됐던 '서프라이즈' 가 잠정 폐쇄되었다. 여기엔 선거중의 선거 '대선' 패배로 인한 자각역시 큰 폭의 영향을 미쳤겠으나, 주 원인은 현재 법정분쟁에 휘말린 운영진의 신변문제로 알려진다. 직접적인 조치를 스스로 내린 것이다.
'서프라이즈' 만큼 급작스레 로그오프는 되지 않았어도, 그 외 적지않은 정치 커뮤니티들 다수가 존재감 위축내지는 생산성의 한계에 직면해있다. 여기엔 성향으로 분류 할 좌우의 문제도 아닌, 단순 상품성의 논리로 귀결되는 뚜렸한 돈 논리의 징후마저 엿보이며 공학적인 분석역시 빠질 수 없다. 새누리당의 대선승리이후, 반 박정희 반 독재를 기초철학으로 내세워온 야권은 말 그대로 엄청난 치명타를 입었다.
정치는 전망을 가장한 희망의 요소로 기대심리를 자극해야하는 것이다. 허나 야권에게서 혐오수준으로 외면받는 사람의 딸이 권좌에 앉았으니 멘붕은 멘붕대로, 기존 커뮤티는 커뮤니티대로 각각 동력의 동기부여가 커다랗게 상실 된 것이다. 18대 대선과정은 서프라이즈를 포함 한 각종 야권성향 포털 회원들앞에 온라인 방문조차 하기싫게 만드는 무력감의 쐐기를 박아버렸다.
그에 반해 '일베' 는 작년 선거 승리의 중추 역할을 했다. 자신들이 이겨야할 문재인의 의혹을 실시간으로 퍼뜨렸고, 그 이해당사자들의 결함을 철저하게 보충했다. 야권 여론은 극단과 비방만 존재 할 줄 알았던 일베의 화력에 넋을 놓아버렸다. '젊은 사람' 이면 무조건 야당을 지지할거란 착각도 일베가 깨뜨렸으며, 정치에 특별히 관심이 없던 젊은 중도층들의 눈길을 새누리방향으로 대거 우회시켰다. 물론 이것은 최근 불거진 5.18 비하, 도를 넘어선 고인능욕 행위가 비판도마에 오르기전의 대선직후 평가들이다.
하지만 야권 정치 커뮤니티의 상징인 서프라이즈는 과거형이 되었고, 일베의 위용은 여전하다. 지명도가 낮은 좌우 커뮤니티중의 좌는 사실상 대선이후 침몰상태이며 우는 너나할것 없이 일베로 흡수되고있다. 당초 '정치' '정치' '정치' 가 아닌, 사회풍자와 유머를 앞세웠던 일베는 이와 같은 대목에서 확실한 저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치목적을 배제한 센스와 유머가 조합된 입심겨루기에 매진한 내공은, 대선/총선/재보궐/ 더 나아가 지방선거와 같은 '싸움철' 이 돌아오면 더할 나위가 없는 정치 파급력으로 빠르게 재생산되는 것이다.
아마, 내가 지지하는 이념이 송두리째 망했어도 일베유저들은 웃고놀기위해 어김없이 일베를 찾을 것이다. 나를 이긴세력들을 한껏 조롱 할 수 있는 의지가 일베만이 가진 힘이다. 정치담론에만 깊숙히 빠진 채, 내가 지지한 사람이 패하면 무기한 두문불출을 강행할 야권 커뮤니티와는 근본자체가 다르다. 이것도 성숙이라면 성숙이고, 사회변화에 따른 일종의 적응능력일지도 모르겠다.
대선이후 몰락한 좌파 커뮤니티들과는 달리, 집중적인 이슈와 각종논란의 핵으로 성장한 일베는 쉽게 붕괴되지 않는다. 오로지 새누리당 격침의 목적하에 '정치중심'을 외쳤던 커뮤니티는 그토록 강조하던 정치로 인해 스스로의 컨텐츠를 포기했다. '여성혐오' '허세혐오' 에 기반한 자학적 유머코드와, 도촬을 동원하면서까지 사회 꼴불견들의 신상털기를 반복하던 일베는 어느새 동시간대 최대접속자수를 자랑하는 국내최대 '정치1번지' 로 자리잡았다. 모 사업가에게 낙찰 된 일베 12억 매각설 역시, 왠만한 유저수를 보유하지 않고서는 발생 불가능한 입소문이다.
나는 일베를 왕왕 본다. 언론을 비롯한 남들이 지겨우리만큼 '일베 일베' 거려서 보는게 아니라 정보를 얻기위해 본다. 여권을 빠르게 발급받는 법, 탕수육에 소스를 부으면 맛이없는이유, 실시간 금 시세, 외신 해석, 휴대폰을 분실했을때의 대처법, 액션배우 견자단의 신인시절 찌질했던 모습, 그 외 수 많은 고급 생활 정보와 웃음거리들을 일베에서 접한다. 그들은 컨텐츠를 다룰 줄 안다. 길게 늘어뜨리지도 않으며, 단 한페이지의 공간내에서 간단명료한 문체를 동원해 정보를 전달한다. 나이로 구분되는 지나친 존칭도 생략이다. 그들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중복의 정보마저 집단 비추를 통해 제압한다. 논란이 팽배한 '민주화' 버튼을 사용해서 말이다.
즉, 밖이 씨끄럽고 뭔가 사단이 벌어졌다 싶을때 일베를 찾으면 되는것이다. 일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정보통이자 이슈교착점이다. 심지어 일베와 반대성향의 전선을 꾸려가는 커뮤니티 마저 일베의 컨텐츠를 무단복제해간다. 왜 그럴까? 일베는 정치에서만 반대이념의 사람들일 뿐이지, 그 외 것은 무엇보다도 참신하기 때문이다. 재미와 습득의 가치가 있다. 일베에 상주하며 일베유저들이 올린 사회속보를 곧바로 기사화시키는 언론인도 있다. 풀 모니터링을 시도하는 것이다. 일베에만 접속하면 굳이 차를몰고 속보를 찾아다닐 이유가 없다. 요새는 일베의 정보력덕에 천인공노함이 마땅했으나 묻혀버린 사건도 재조명되어 단죄받는다.
노무현/김대중 이름 여섯자만 지우고 살펴본다면, 일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퀄리티가 높은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있다. 그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친목질'을 절대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망하는 3대 원흉은 친목질,지나친 후원물색,사이트 내 특정부류의 존재감 과시다. 이 세가지 요소 모두가 친목질에서 파생되거나 운영의 묘를 잃은 단초들이다. 일베에는 친목질과 같은 위화감이 없기 때문에 수 많은 유저들이 맘편하게 가입하고 글을 쓰고 커뮤니티를 활용한다.
이따금 정치와 인문을 가장한 사이트들의 내부를 살피면, 그들이 망할수밖에 없는 뚜렸한 징후들이 쉽게 발견된다. 표현자유의 법적 테두리내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외국거주 유저들이 게시판을 점령하고 있거나, 속도감 있는 공감화가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고령 회원들이 다수인 것도 그 특징이다. 대체로 이런 유형들이 온라인 친목질을 극심하게 즐긴다. 또한 아주 어리거나 나이가 많은 부류일수록 친목질 여부를 분간 못 한다. 나이 여부를 떠나, 친목질이 가진 폐해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무척많다. 결국 우리사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목질을 일삼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 것으로 간주해도 무리는 없다.
'일베' 에도 위 같은 결함들이 속속 등장 할 것이다. 허나 그 곳의 운영진과 유저들은 이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일베 고유명사인 '건방짐' 과 '순식간' 으로 판단하여 제압한다. 서로 친목질을 한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는 모종의 상대이기에 쳐내는 일도 손쉽다. 환기가 매우 빠른 것이다. 일베의 성공적 대중화는 반사회적인 패륜으로 유명세를 탄게 아니라, 회원간의 친목질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일베가 가진 장점이 너무나 막강하기에 눈살지푸려지는 먹튀요소마저 어느정도 감안이 된다라 여겨질 정도다. 엄밀히 따져 본다면, 일베와 격하게 충돌하는 상대 전선 커뮤니티역시 일베의 오명을 집중 추궁하고 부각하지 않는가? 컨텐츠 중심으로 언급해볼 때, 이 같은 정황도 일종의 반사이익이다.
정치는 커뮤니티의 중심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정치게시판을 개설해놓은 커뮤니티는 어느 곳이나 이념의 획일화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운영진의 개인성향도 숨길필요가 없다. 정치소신은 커뮤니티의 부차적인 문제이며 운영간판화 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예로부터 오프라인 일간지의 판매부수 효자효녀도 스포츠와 연예가십이었다. 일베가 극우같다거나 박정희를 추앙해온 단순 정치론 때문에 비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이는 양측 노선 모두의 답 없는 계륵이다. 생활에 밀접한 지식제공이나 위트는 고사하고, 정치에만 매진하며 친목질을 남발해온 좌파커뮤니티는 망할 수 밖에 없다. 일베는 새누리당이 증발해 소멸 되어도, 또 다른 즐길거리를 개척 할 집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