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년 사이 데뷔한 걸 그룹의 대부분이 ‘소녀’라는 키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향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씩씩한 소녀 이미지의 여자친구, 순정만화 주인공 같으면서도 강단 있는 느낌의 러블리즈, 각자 다른 예쁨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트와이스는 물론 ‘꿈꾸는 소녀’의 서사를 입은 I.O.I까지 신인 걸 그룹들은 소녀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한다. 심지어 여자친구의 데뷔곡 ‘유리구슬’의 구성이나 정서·발차기 안무와 아홉 명이라는 트와이스의 멤버 수, ‘다시 만난 세계’의 뮤직비디오처럼 멤버들 각자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은 I.O.I의 ‘Dream Girls’ 뮤직비디오 등 소녀시대를 레퍼런스 삼은 것 같은 요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러한 팀들은, 가장 성공한 걸 그룹인 소녀시대의 유산에서 핵심만 빌려오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1세대 걸 그룹 중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 팀은 밝고 건강하며 꿈꾸는 이미지에서 천천히 성장해온 소녀시대뿐이고, 결국 이들이 증명한 것은 소녀 이미지의 원형이 갖는 강력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