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문명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수학과 천문학이다. 그들은 0 개념을 알았으며,20진법을 썼고,막대기와 점 모양으로 숫자를 나타냈다. 이렇듯 뛰어난 수학 실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천문학을 발전시켰다.
마야인의 태양력에서 1년은 365.2420일,오늘날의 365.2422일과 비교해 오차가 거의 없다. 달의 운행은 29.5320일,금성의 주기는 580일로 계산했는데,지금과 비교해 오차가 겨우 0.00039일(달)과 0.08일(금성)이다. 마야의 복잡한 역법(曆法)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마야의 달력은 서로 다른 날짜를 나타내는 그림 문자(그림 숫자) 20개로 되어 있다(그림의 왼쪽 바깥 원).
이것들은 다시 1에서 13까지의 숫자 기호(그림의 안쪽 원)와 조합되어 모두 260일을 만들어 낸다. 이것을 트졸킨이라 하는데,진짜 역년(曆年)과 구별되는 신성한 역년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진짜 역년은 1년이 18개월로 이루어져 있고(그림의 오른쪽 큰 원의 일부),이것들은 한 달이 20일씩으로 되어 있어 모두 360일이다. 여기에 닷새밖에 없는 19번째 달이 덧붙어서 1년은 365일이 된다.
이 역년을 하아브라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60갑자(六十甲子)가 10천간(十天干)과 12지지(十二地支)가 맞물려 갑자·을축 등 60개로 조합되듯 트졸킨과 하아브가 서로 같이 출발해 똑같이 맞아떨어지는 데 필요한 날은 (260과 365의 최소공배수를 계산하면) 18,980일이다. 이것을 365일로 나누면 52년이 된다. 바로 이 52라는 숫자가 마야인들의 의식과 일상을 지배했다.
그들은 세상이 52년마다 한 번씩 끝난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멕시코 땅에서는 52년마다 기존 피라미드 옆에 새 피라미드를 세웠고,유카탄 반도에서는 52년째 되는 날 살던 도시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새 도시를 세웠다.
마야의 모든 장식이나 조각들은 반드시 어떤 날짜와 관계가 있다. 어떤 건축물이든지 그 이마에는 생년월일을 복잡하게 써놓았으며, 일상 생활도 역법과 숫자의 신비에 따랐다. 그들은 그 엄청난 피라미드와 건축물들을 생활이나 예술을 위해서가 아니라 역법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날에 세웠다.
마야인들은 5년,10년,또는 20년마다 합당한 생일 날짜를 지닌 건축물을 세웠다. 가끔 피라미드 옆에 새로운 윤일(閏日)을 기억하려고 그때마다 피라미드를 세우기도 했다.
마야인들은 신관의 지시에 따라 어느 날 모든 건축활동을 딱 멈추고 한 사람 남김없이 도시를 버리고 떠나기도 했다. 수만명이 400㎞가 넘게 밀림 속을 이동해 다른 곳에 터를 잡고,신관들이 시키는 날부터 새 도시 건설을 시작했다.
가장 뛰어났던 문명인들이 가장 어리석은 미신에 사로잡혀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진 것이 바로 마야인이었다. 이 복잡한 역법과 건축 설계술은 신관들만이 알았다. 그들은 일식과 월식 따위를 예언해 평민들로부터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오로지 천체를 관측하고 역법을 계산하면서 시간의 비밀을 풀고 그 해의 길흉을 점치면서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렸다.
신관들은 또 노예나 평민을 신에게 제물로 바쳤다. 산 사람의 가슴을 돌칼로 가르고 뜨거운 심장을 꺼내어 신에게 바치는 잔인한 의식이었다. 신관들은 사람 제물을 많이 구하려고 포로를 잡기 위한 전쟁을 자주 부추겼다. 마야의 전쟁기록에는 어떤 사람을 얼마나 잡았다는 기록만 있을 뿐 어떤 도시나 땅을 빼앗았다는 기록은 아무 데도 없다.
마야 문명의 또 한 가지 약점은 잉카와 마찬가지로 쇠붙이를 쓸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복잡한 그림문자를 돌에 조각할 때 돌칼을 썼다. 그뿐이랴. 짐수레가 없었으며,심지어 밭을 가는 쟁기와 가축도 없었다. 그런데도 맨손으로 돌을 날라 밀림 속에 피라미드를 쌓고 도시를 건설했으니 노예와 평민의 고통이 어떠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