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교학사외 역사교과서들, 좌편향이라 볼 수 없다"
보수·진보 역사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여당의 '국정 교과서 회귀' 추진에 반대하며, 교학사 교과서외 7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규정한 <조선일보> 등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를 모두 포함해 역사교육학회ㆍ한국고대사학회ㆍ한국근현대사학회ㆍ한국역사연구회ㆍ한국현대사학회의 5개 학회 임원을 맡고 있는 학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33명 중 단 1명을 제외한 32명(97%)이 국정 체제 전환에 반대했다.
북한 등 극소수 국가에서만 사용하는 국정 교과서는 "군사정권에서나 하던 제도로 다양한 역사해석을 가로막고 우리나라 국격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학자들의 견해였다.
정연태 한국역사연구회장(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 "국정 체제로 바뀌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교육의 정치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현대사학회의 한 이사조차 "정권에 따라 역사 서술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내에 편수 전담조직을 부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26명(79%)이 "정부의 개입이 과도해 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설명처럼 "교과서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답한 이는 5명(15%)에 그쳤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ㆍ자치성마저 위반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교과서 이념 논쟁을 거치는 동안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나머지 7종 교과서가 오히려 '좌편향'이라는 <조선일보> 등의 주장 역시 전문가들의 시각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29명(88%)이 "좌편향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답했고 한국현대사학회 소속 2명만이 "좌편향"이라고 답했다(2명은 무응답).
우인수 역사교육학회장(경북대 역사교육과 교수)은 "정부의 집필기준에 따라 서술한 교과서 내용이 좌편향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고, 권오현 경상대 역사교육과 교수도 "역사학계의 최신 성과를 충실히 반영한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목적을 갖고 매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