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主主義(민주주의)는 일본인이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西歐(서구) 문물을 도입할 때 Democracy를 번역한 용어이다. 이는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民主制度(민주제도)라고 했어야 옳다.
Democracy는 민주적인 정치제도를 가리키는 것이지 사회주의, 공산주의와 같은 '主義(ism)'가 아니기 때문이다. demo는 그리스語 demos에서 나왔는데 '사람들'이란 뜻이고 cracy는 '권력'이란 의미의 'kratos'에서 유래한다. Democracy는 민주적 권력, 민주적 정부라고 번역된다.
민주주의라고 잘못 번역하여 놓으니 한국의 식자층은 이 용어를 교조화하였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조선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사상을 교조화, 절대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조선조 지식인들은 宋 나라에서 수입한 朱子學(주자학)을 本土(본토)보다 더 교조화하고 우상화하였다. 북한 노동당은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를 마르크스나 레닌보다 더 교조화하고 우상화하여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말살하는 흉기로 써먹는다.
한국의 식자층도 잘못 번역된 민주주의를 교조화, 절대화, 우상화, 흉기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1. 민주주의를 萬能(만능)이고 절대善(선)이라고 착각한다. 민주주의만 하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만 하면 경제도, 복지도, 법치도 다 잘 되고 가정의 평화도 자동적으로 온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치부문에서만 적용되는데 이를 경제와 군대에까지 적용하려 한다. 서구의 가장 발달한 민주주의를 평가 기준으로 설정하여 이보다 못한 것은 모두 독재라고 몰아붙인다. 민주주의를 경험하거나 해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대한민국인데 왜 처음부터 미국 수준의 민주주의를 하지 않았느냐고 李承晩(이승만) 대통령을 몰아붙인다. 이렇게 잔인한 기준을 남에게 적용하는 이들의 행태는 지극히 非민주적이고 북한정권에 대하여는 이 기준이 아니라 다른 기준, 즉 '내재적 기준'이란 걸 적용하여 면죄부를 주려 한다. 한 마디로 웃기는 사람들이다.
2. 민주제도는 고쳐가면서 발전시키는 것이다. 제도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라고 번역해놓으니 무슨 종교적 이념체계처럼 되어 현실에 맞게 변용하는 데 거부감이 대단하다. 서구식 민주주의를 1950~1970년대의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를 한국의 현실에 맞게 고쳐서 써 먹으려 하였던 박정희의 주체적 사상을 독재라고만 욕한다. Democracy를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제도'라고 번역하였더라면 그런 교조적인 생각이 잘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역사를 바꾼 誤譯(오역)이다.
3. 金光東(김광동) 박사는 대한민국은 建國(건국) 이후 한번도 민주주의의 원칙을 버린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의 3大 요소는 언론의 자유, 선거의 자유, 私有(사유)재산권이다. 일시적으로 이 3大 요소가 부분적으로 제한된 적은 있으나 말살된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엔 진정한 의미의 독재정권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민주주의의 당위성을 부정한 정부는 없었다. 민주주의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바탕에서 북괴와 死活(사활)을 건 생존투쟁을 하는 조국의 현실을 고려하여 민주주의를 부분적으로 제약할 수밖에 없다는 고민을 한 정부는 독재정권이 아니라 '자유지향적 권위주의' 또는 '불완전한 민주정부'라고 부르는 게 옳을 것이다.
4. 교조적 민주주의자들은 민주주의가 기능하려면 경제력과 제도와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진리를 외면한다. 1950년대의 한국에서 서구 수준의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동네 야구팀이 메이저리그 수준의 야구를 하지 못한다고 욕하는 격이다. 세종대왕에게 왜 선거를 통하여 王이 되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은 억지이다.
5. 박정희는 민주주의의 핵심을 제도로 파악한 사람이다. 그는 '민주주의는 하느님이 아니다'라고 말한 최초, 최후의 한국 정치인이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사상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