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패다. 일본은 생각보다 강했다. 한국대표팀 선수들도 쿨하게 인정했다. 특히 일본투수들의 파워피칭에 한국타자 뿐만 아니라 한국팬들도 놀랐다. 시속 160㎞의 강속구, 147㎞의 포크볼. 한국야구에선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신천지였다. 갈수록 강속구 투수들이 사라지고 있는 한국야구 현실과 대비됐다.일본 에이스 오타니는 올해 최고시속 163㎞를 뿌렸던 선수다. 1m93의 장신에 매끄럽고 안정된 피칭폼, 절제된 릴리스포인트, 무난한 중심이동, 좋은 밸런스. 척 봐도 허점을 찾기 힘들었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꽉 차게 들어오는 160㎞ 강속구에 140㎞대 중반까지 스피드를 끌어올린 포크볼은 공략하게 힘든 산이었다. 다음 투수로 나온 노리모토 다카히로도 선발투수임에도 157㎞를 찍었다. 한국대표팀은 선발 김광현이 140㎞대 중후반, 미들맨 조상우가 150㎞를 기록했다. 얼핏봐도 10㎞ 정도 스피드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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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 박찬호. 젊은 시절 빠른 볼에 제구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박찬호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박찬호는 강속구에 제구력을 가다듬고, 슬러브를 장착하면서 특급투수로 성장했다. 최근들어 한국야구는 갈수록 강속구 투수들이 사라지고 있다. 박찬호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개막전 한국-일본전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삿포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8. | |
일본의 강속구 투수, 한국의 강속구 투수만 추려 대결했다기 보다는 양국 투수들의 전체적인 스피드 차이로 봐도 무방하다. 2000년대까지 한국야구가 일본야구에 대략 시속 5㎞ 정도 스피드가 뒤졌다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그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느낌이다.한국야구는 강속구 투수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느냐에 대한 왕도는 없지만 타고난 강견에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청소년기부터 많이 던지는 변화구는 구속저하 주범이다. 한국야구는 청소년기부터 너무 많은 변화구를 던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원스포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중간한 빠른볼 보다는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가 승부구로 쓸모 있다. 빠른 볼을 계속해서 던져 어깨근육을 강화시켜야 할 시기에 변화구에 치중하게 되면서 성장 기회를 놓친다는 얘기다. 몇 년전에는 변화구 구사가 많아 탈이 난 아들의 팔꿈치를 부여안고 '토미 존 서저리'를 해달라고 졸라댄 학부형들이 몇몇 있었다는 얘기마저 들려왔다. 수술 대신 재활만 해도 된다는 의사의 설명에도 토미 존 서저리는 수술 뒤 구속이 더 증가한다는 잘못된 속설을 맹신, 고집을 피운 경우도 적잖았다.메이저리그의 유명한 강속구 투수인 놀란 라이언은 자신의 저서 '피처스 바이블'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전하고 있다. 미국도 대학 투수들이 2000년대 들어 변화구 구사를 많이 하면서 강속구 투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놀란 라이언은 통산 5714개의 탈삼진으로 이 부문 메이저리그 기록을 가지고 있다. 2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는데 1966년 19세에 데뷔, 1993년 46세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40대에도 150㎞대 강속구를 유지했다. 비결은 타고난 강한 체질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한 결과였다. 당시엔 메이저리그에서도 웨이트 트레이닝이 낯설었던 시기. 특히 투수가 무거운 운동기구를 드는 것은 금기시 됐다. 놀란 라이언은 집에 몰래 기구를 설치해 두고 자신을 단련했다. 놀란 라이언은 "빠른 볼은 던질수록 빨라진다. 어깨는 내버려 두면 퇴화한다"고 말한다.투수에게 있어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다. 130㎞ 직구로도 두자릿수 승수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선수가 강속구를 포기하는 것은 투수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를 미리 내려놓는 일이다. 제구력만으로 일급은 될 수 있어도 특급이 되긴 힘들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어느종목이건 항상 우리나라스포츠는 그노무 유소년지도자들이 문제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