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사탄의 속삭임에 넘어갔나
우리 사회의 어떤 이들에게 ‘대북제재’는 성경 말씀과 동격의 신성불가침 진리다. 대북제재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이를 말미암지 않고는 복된 나라에 이르지 못하니라! 그러니 누군가 대북제재 완화를 조금이라도 입에 올리면 신성 모독이라며 길길이 날뛰고 분노한다. 그런 사람은 사탄의 속삭임에 넘어간 용서받지 못할 배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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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든 광신종교가 그렇듯이 ‘대북제재 신앙’의 교리는 허점투성이다. 우선 대북제재 강화를 열심히 기도하면 천국(북한 비핵화)이 도래하는가? 지난해 9월 미국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유엔 대북제재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란 기사에서 이를 네가지로 간명하게 정리했다. 첫째, 북한은 수십년간 제재 속에서 살면서 국제사회의 감시 레이다를 피할 수 있는 비밀 경제를 갖추었다. 둘째, 몰래 들여오는 물품 통로가 차단되면 곧바로 다른 어떤 곳에서 얻는다. 셋째, 북한은 이미 물자 부족에 단련돼 있다. 넷째, 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은 핵 개발에 사활을 건다. 그동안의 역사적 경험이나 전문가들의 판단을 종합할 때, 대북제재 고삐를 조이면 북한이 저절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교리는 그 자체로 혹세무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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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교 신자들의 눈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계획도 못마땅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교황에게 평양 방문을 요청한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김정은의 이미지만 좋게 만들 뿐”이라고 격렬히 반발했다. 국제사회에 대한 교황의 영향력이나 평화 사도의 구실,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쿠바의 국교 정상화에 기여한 경험 등은 안중에도 없다.
이들은 지금 겉으로 말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평양 방문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교황에 대해 부글부글 끓는 심정일 것이다. 교황의 방북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반발을 살 가능성도 있다”고 미리 딴죽을 걸고 나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교황이 남미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그들에게는 새삼 의구심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 속으로 이렇게 개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교황마저 사탄의 속삭임에 넘어갔다!” 이 광신도들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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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테러리스트이며 중국 러시아 헤즈볼라와 한편... 이라는 주장을 하는 분이 떠올라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