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박정희, 야당 의원 13명을 잡아 넣다...
박정희 독재정권이 10월 27일 유신쿠데타와 동시에 야당 의원 13명을 체포합니다. 이세규,조윤형,조연하,이종남,강근호,최형우,박종률,김한수,김녹영,김경인,나석호,김상현,홍영기 의원이 이들입니다. 조윤형 의원은 조병옥씨 아들로 (5,6,7.8,13,14대)6선 의원입니다. 최형우 전 읠원은 김영삼 최측근으로 (8,9,10대) 3선입니다. 김상현 전 의원은 (6대,7,8대, 14대,15,16대)6선 의원입니다. 나석호 전 의원은 8,11,12대 3선입니다.
이들 중 이세규 의원(1927-1993)이 있습니다. 이 전 의원은 경희대 정외과를 나와서 육군사관학교 7기로 육군대학-국방대학원 졸업한 엘리트 장군입니다. 특히 그는 충직청렴한 군인으로 동기생 중 가장 먼저 장군이 되었습니다. 5·16군사반란 후 장성 출신 중에 집 한 채 없었다니 얼마나 청렴한 장군입니까. 하지만 그는 박정희 군사쿠데타을 인정할 수 없어 예편합니다. 사달이 난 것은 제8대국회의 신민당 국회의원이 되어 1971년 대통령 선거때 김대중 신민당 후보 안보담당특별보좌관을 지냈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민주평화복지포럼 정책홍보위원장 겸 대변인, 서대문발전위원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재홍 교수는 <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동굴 속의 권력 더러운 전쟁)>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군 장성 출신인 그가 군 내부 사정에 밝은 것은 당연했고 그것이 야당에 매우 긴요하고 드문 역할이었다. 군 내부에서 익명의 제보도 많았다. 박정희에게는 그것이 더욱 눈에 거슬렸다. 박정희는 자신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서인지 특별히 군 내부의 동향 파악에 신경을 썼다. 자신이 과거 남로당의 군내 프락치였다가 그 조직을 밀고하고 살아남아서인지 내부 밀고자와 정보망을 특히 미워했다. 군 장성 출신으로 야당에 간 이세규 의원이야말로 그런 점에서 박정희와 그 주구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표적이었다.
"적군 포로 돼도 이렇게 안 해"
군 정보수사기관에서 인간 이하의 고문에 시달린 이세규는 혀를 깨물고 의치가 부러져 피투성이가 된 입을 겨우 벌려 이렇게 소리쳤다.
"적군의 포로로 잡혀도 장성에게는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제 장군으로서 최후의 것을 다 잃었다. 더 이상 살아봤자…."
제아무리 악랄한 군 취조관이라 해도 장군의 처절한 저항에 잠시 어쩔줄 몰라했다.
"왜 이러십니까…."
이세규는 양쪽 팔을 잡는 놈들에게 입속의 핏물을 내뱉으며 울부짖었다.
"너희 놈들은 군인도, 인간도 아니다!"
이세규는 5일간이나 더 그렇게 고문에 시달렸다. 그들의 요구는 이세규의 군부 내 인맥과 제보자 명단이었고 10·17 유신쿠데타에 지지성명을 내달라는 것. 이세규는 끝까지 고문과 회유에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후 그는 더 이상 정치권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고 평생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지팡이를 짚어야 했다.
중앙일보 1991년 11월 29일자
박 정희 정권은 의원들만 잡아가 고문한 것이 아니라 김대중 당시 후보 핵심이 측근이었던 권노갑, 한화갑, 엄영달, 김옥두, 방대엽, 이수동, 이윤수 비서들도 잡혀가 고문을 당했습니다. 이들은 증언했습니다. '옷 벗기고 잠 안 재우기', '각목으로 때리기', '거꾸로 매달아 코에 물 붓기', '송곳으로 발바닥 찌르기' 등등.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습니다. 김옥두 전 의원 증언을 보면 얼마나 가혹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몇 시간 동안 각목으로 사정없이 후려치고, 통닭구이 고문과 물고문을 한바탕 해댄 그들은 드디어 나를 의자에 앉혔다. 여전히 몸뚱이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온몸은 이미 퉁퉁 부어올랐고, 푸르딩딩한 멍이 일직선을 긋거나 아니면 동그랗게 뭉쳐 있었다. 여기저기서 핏물이 조금씩 몸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어깻죽지는 빠질 것처럼 축 늘어져 버렸고 모든 게 귀찮고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심정이 앞섰다. (…) 어느 날은 의자에 앉히더니 펜치를 가지고 와 손톱을 뽑아버리겠다고 잡아당기기도 했다. 손톱이 정말 곧 빠져버릴 것처럼 아팠다. 손톱 밑에 금세 물집이 생겼다. 그러면서 또다시 머리카락을 한 묶음 잡아 뒤로 젖히더니 혀를 펜치로 잡아당기는 고문을 자행했다. 목구멍이 삽시간에 부어올랐고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통닭 바비큐처럼 몸뚱이를 또다시 매달더니 이번에는 고춧가루 물을 들이부었다. 어떤 날은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정신없이 오줌을 싸는 날도 있었다."
김한수 의원과 최형우 의원은 통닭구이를 당했고, 발가벗겨져 두들겨 맞았습니다. 김한수 의원이 전하는 통닭구이 증언입니다. 그리고 최형우 의원 증언도 이어집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팬티까지 완전히 벗기더군요. 벌거숭이 몸을 시멘트 바닥에 굴리면서 각목으로 마구 때렸어요. 그래도 내가 버티자 '이 새-끼, 너같은 놈은 죽여서 마대자루에 담아 한강에 내다버리면 돼' 라면서 물고문을 시작하더군요. 먼저 목욕 타월을 물에 적셔 양 팔목을 감더라구요. 그 위로 로프를감아 두손을 꽁꽁 잡아맨 후에 무릎을 올려 양팔 안으로 집어 넣으래요. 그리곤 솟아오른 무릎 오금사이로 야전침대 각목을 끼워 책상 두개 사이에 걸쳐 올려 놓더군요. 통닭처럼 매달리니 무거운 머리가 뒤로 졌혀지잖아요. 얼굴위에 수건을 덮고 소주 대병들이 주전자로 물을 붓는거에요. 답답해 입을 벌리면 물이 들어와 배가 남산만해지더라구요.한차례 고문이 끝나면 군의관이 들어와 혈압 체온을 재고는 이상한 주사를 한대씩놓고 갔어요.그리고 또 시작되는거죠. 5일간 갇혀 있는데 3~4일이 지나자 환각이 생겨요. 아내한테 유언도 못하고 죽을지 모른다 싶어 덜컥 겁이 나고요."-김한수 의원 증언
"물고문에 통닭구이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인간적인 수모도 잊을 수가 없어요. 고문실에 들어서자마자 '이 새-끼가 최형우야. 겁 대가리 없는 놈이라 더니 인상 참 더럽게 생겼구만 '이라며 발길질을 퍼붓더군요. 그리곤 발가벗겨놓고 핀셋으로 내 성기를 톡톡 두들기거나 마구 잡아당기더라고요. 내가 그래도 국회의원인데 참…나만 잡아 간 게 아니예요. 내 아내는 폐렴에 걸린 아들을 업은 채 부산보안부대로 끌려가 보름동안 온갖 수모를 겪었지요. 내 지구당원들도 유신 비난 삐라를 뿌렸다는 이유로 잡혀가 고문을 심하게 당했어요. 유신은 그렇게 미쳐 날뛰었어요"-최형우 의원 증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