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결과가 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결정적인 조직개입 증거가 있는것도 아니니까요.
공무원이 쓴 글이 발견되었다고는 하나, 그것 자체가 조직적 개입을 시사하지는 않습니다.
재판 없이 조직적 개입이라고 확정할 수 있으려면 이색히 사건처럼 댓글행위와 조직간의 커넥션을 직접적으로 시사하는 물증이 있어야 하고요, 만일 이 물증이 없다면 기소 이후 재판결과를 살펴보는 것이 맞는 겁니다.
만일 조직의 개입이 사실이라면, 설혹 박근혜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국민 사과가 필요합니다.
똘마니의 잘못은 윗대가리가 책임져야죠.
그런데 아직은 이 단계가 아니란 겁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지금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원하는가?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입니다.
만일 대통령이 지금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입장표명 하면 재판결과가 유죄로 나면 좋은거고 무죄로 나더라도 "재판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다. 대통령까지 인정 했는데 무슨 소리냐?" 라고 확대해석해서 공격 및 방어를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겁니다.
바둑 용어로 하자면 꽃놀이패가 되는 거죠.
그렇다고 대통령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입장표명 한다면?
차후 재판 결과에 따라서 현 정권에 크리티컬이 될 수 있음은 물론, 현재 시점에서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몰아붙여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됩니다.
인정하지 않는다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는데 인정하지 않았다고 몰아부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만일 대통령이 지금 단계에서 입장 표명을 하면 민주당의 공격은 오히려 더욱 거세질 겁니다.
지금 민주당의 입장표명 요구는 시효가 10년 이상되어 소멸한 채권을 넘겨받아 추심을 시작하는 사채업자랑 비슷한 요구입니다.
현행법상 채권은 시효가 10년이며, 10년동안 아무것도 회수하지 않는다면 채권은 소멸합니다.
단, 마지막 회수에서 10년 이상이 지난 채권이라고 할지라도, 채무자가 조금이라도 갚는다면 시효가 다시 시작하죠.
사채업자는 이런 무효화된 채권을 싸게 넘겨 받아서 상환 의무가 없는 채무자에게 "도의적으로 조금은 갚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꼬드기면서 추심을 합니다.
만일 여기에 혹해서 조금이라도 갚게 된다면?
채권 전체가 살아나서 이제 본격적인 추심이 시작되게 되는 것이죠.
민주당은 지금 들고 있는 채권이 무효채권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보험을 들어 놓으려고 하는 겁니다.
당연히 박근혜의 입장에서는 지금 민주당이 들고 있는 채권이 유효한지 재판으로 확인하는게 먼저지, 민주당에 보험을 들어 줄 필요는 없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