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위태해 보이던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이 후보 등록을 불과 13일 앞두고 ‘막장 드라마’ 수준으로 폭발했다.
공천관리위원회의 핵심 구성원인 공관위원장과 당 사무총장·부총장이 공천과정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삿대질을 하니 공천의 신뢰와 권위는 이미 무너졌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더 나은 사람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친박·비박(親朴·非朴) 세력의 진흙탕 싸움이라는 점이다.
정치인이나 정파가 자파 인물을 밀 수는 있지만 이미 그런 수준을 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1차적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과 핵심 친박 인사들에 있는 것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 사이의 살생부 진실 논란,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여” 발언 파문과 윤 의원의 통화 상대방 의혹, 이한구 위원장의 돌연한 김 대표 ‘공천 경선’ 발표 보류, 박 대통령의 대구·경북 지역 순방, 친박 성향인 이한구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밀회동설(說)등을 종합하면 일정한 흐름이 감지된다. 물론 당사자들은 부인하겠지만 상식의 잣대로 보면 친박 측의 집요한 노력이 먼저 보인다. 물론 실체적 진실은 제대로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팎에서 이미 ‘보이지 않는 손’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10일 방문한 대구·경북 지역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고 할 정도의 지역으로, 진박(眞朴) 논란이 치열한 곳이어서 이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현기환 정무수석이 9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만났다는 의혹도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윤 의원의 통화 상대방을 밝히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통화 내역만 확인하면 금방 나올 것을 사흘째 “기억이 없다” “기록이 지워졌다”는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행태다. 김 대표의 공천 경선 지역 발표 보류는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 의원을 구제하기 위한 물귀신 작전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과 친박은 지금부터라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집권세력은 그런 의심을 받을 수 있는 행태도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친박 측의 ‘오이 밭에선 신발 끈도 고쳐 매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선거도 망치고, 선거 뒤 후유증도 심각할 수밖에 없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3110107391100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