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1일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등이 공천 심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35개 경선 지역과 27명의 단수 후보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반대파 공천위원들을 뺀 채 밀어붙인 것이다. 이 위원장과 홍 사무부총장은 이날 당사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서로 "밖에서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마라" "공천을 밀어붙이지 마라"고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였다. 비난이 쏟아지자 양측은 이날 오후 뒤늦게 공천 심사를 정상화하기로 했지만, 진흙탕 싸움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 알 수 없다.
김무성 대표의 '살생부(殺生簿)' 파문에서 촉발된 이번 내분 사태는 공천 여론조사 결과 유출과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여' 발언 등으로 거의 매일 확대돼 왔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경북 지역 방문과 이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밀회동설까지 겹치면서 대통령과 친박(親朴)·비박(非朴)이 뒤엉켰다. 공천 원칙은 사라진 지 오래고 갈등을 풀 리더십도 완전 실종 상태다.
이렇게 된 책임은 일차적으로 김 대표와 이 위원장에게 있다. 김 대표는 근거도 없이 '살생부' 얘기를 꺼내 갈등의 방아쇠를 당겼다. 대표 본인이 나서서 분란을 키웠다. 이 위원장은 친박의 이해관계만 대변한다는 소리를 듣고있다. 공천위와 최고위원회를 통과한 김무성 대표 지역구에 대한 경선안을 독단적으로 제외시켰고, 우선·단수 추천을 최대한 늘리겠다며 비박 인사들에 대한 공천도 미루고 있다.
박 대통령은 누가 봐도 공천 개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대구·경북 방문을 강행했다. 박 대통령은 당내 분란을 작심한 듯 '배신의 정치 심판'이나 '진실한 사람을 뽑아달라'는 말로 당내 비박계를 공격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배신이고 진실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당치 않은 얘기다.
새누리당은 총선 후보 등록을 10여일 앞둔 지금까지 새 인물 한 사람 보여주지 못했다. 현역 물갈이는 단 한 명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막장 계파 싸움이나 계속한다면 기존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례가 드문 안보 위기 상황에 있다. 국제사회의 봉쇄에도 불구하고 북은 5차 핵실험을 공언하기 시작했고 실제 핵탄두 소형화와 실전 배치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중·일·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북핵 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나라의 대통령과 집권당이 아무리 선거라고 해도 매일 서로 감정 충돌과 멱살잡이를 하고 있다면 제정신이냐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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